〔헤럴드경제=이정아 인턴기자〕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무 총리 후보에서 물러난 뒤에도 인수위원장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무총리 후보와 인수위원장은 별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수위원장 역시 국무총리와 마찬가지로 상징성이 높은 공인이라는 점에서 ‘국민 정서’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한 명쾌한 김 위원장의 해명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측 핵심 관계자는 31일 “김 위원장이 처음엔 위원장직도 내놓는 것으로 애기했지만 당선인이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 있냐며 만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도 남은 기간 마무리를 잘 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윤선 대변인도 전날 정무분과 업무보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회의는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했고, 사석에서 ‘당선인에게 큰 누가 된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며 “(김 위원장이)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하시는 것으로 인수위에서는 그렇게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여전히 김 위원장의 인수위원회 잔류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도덕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총리 후보자가 인수위원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촌극’과 같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인수위원장 자진 사퇴가 인수위에 불러올 정치적 파장만 고려한 정무적 사고가 ‘국민의 눈높이’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이에대해 “인수위원장도 차기 정부를 이끌어가는 전체적인 국정 운영의 계획을 담당하는 조직의 최고 책임자이고, 인수위법에 따라 임명하는 공식적인 자리다. 사적으로 당선인과의 연계관계로 임명하는 중앙선대위원장 같은 자리가 아니다”며 “법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총리는 못하지만 인수위원장은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유용화 시사평론가도 “도덕성 시비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인수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이 국민들 입장에서는 인수위원회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나올 것을 본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총리 후보 사퇴 당시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깨끗한데 경주마식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개운치 않았다”며 “인수위원장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이같은 피해의식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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