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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만은 아낌없는 박수를, 나로호 성공의 주역이 말한다, “나는 과학자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과학자의 열정은 뜨겁고 순수하다. 반쪽의 성공이란 비판, 턱없이 부족한 예산지원, 이 모든 것들은 그들에겐 두 번째에 불과하다. 나로호를 우주에 쏘아 올리는 것. 그들이 유일하게 매달린 첫 번째 목표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할 때에도 그들은 묵묵히 외나로도에서 나로호를 지켰다.

드디어 나로호가 우주와 만나는 순간, 그들은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 성공하고도 “늦어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순수한 열정과 순수한 눈물. 자랑도, 핑계도, 변명도 없었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나로호의 산증인’이다.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가 우주센터 부지로 선정된 2000년부터 10년이 넘도록 나로호에 인생을 걸다시피했다. 그는 “임무 때문에 가족, 주말도 없던 세월이었다. 밝은 달을 볼 때마다 우울증이 생기는 것 같아 커튼도 다 닫고 지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우스갯소리처럼 털어놓는 얘기들. 하지만 홀로 속앓이를 했던 시간이 10년을 넘겼다. 과학자란 사명으로 버틴 나날들이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성공 소감을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조 단장은 한국 최초 과학로켓인 ‘과학1호’를 비롯, 한국 우주산업의 역사를 함께 한 과학자이다. 발사추진단장으로 나로호 개발을 주도해왔다. 조 단장 역시 개발 과정에서 극심한 중압감을 견디다 못해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다. 그는 “국민이 기회를 준 덕분에 3차 발사까지 시도할 수 있었다”며 발사 성공의 공을 돌렸다.

장영순 발사체기술연구소 발사체구조팀장은 한층 맘고생이 심했다. 1차 발사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페어링 설계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3차 발사가 최종 성공하는 9분 동안 마지막 1초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조인현 나로호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은 한국이 만든 로켓 상단의 핵심, 2단발사체(킥모터)를 개발한 주역이다. 그는 “개발 과정에서 몇 번의 폭발사고도 났었지만, 실전에서 무사히 작동돼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정의승 나로호체계종합팀장은 “이제야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육안으로 탑재 카메라 영상을 보는데 성공하는 순간 너무 기뻐 제일 먼저 박수치고 일어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석희 나로호발사체추진기관팀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기술진과의 창구 역할을 도맡아 했다. 그는 성공 이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내가 이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은사께 감사 전화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긍지와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는 답변이다.

우주강국을 향한 도전. 먼 길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넘어야 할 산도 높기만 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지난 10여 년간 쏟아부은 그들의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자. 나로호 성공의 주역들, 그들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나는 과학자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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