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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셉 코리아’ 란 한 배타고 뉴욕행…28년차 디자이너 선후배, 손정완 vs 계한희
28년.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 한명이 완성될 정도의 세월이다. 뉴욕패션위크에 참여하는 한국 디자이너인 손정완(55)과 계한희(27)의 나이차다. 한명은 국내 패션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고, 다른 한명은 해외서 가능성을 먼저 인정받은 무서운 신진이다. 손정완은 최근 한 홈쇼핑을 통해 ‘에스제이 와니(S.J WANI)’라는 세컨 브랜드를 론칭해 소위 ‘대박’이 났다. 계한희는 ‘엄친딸’로 불리우며 방송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컬렉션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 50대 중반에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손정완과 예능인보다 디자이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계한희는 그 열정과 진지함이 닮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컨셉 코리아’라는 한 배를 탄 동료이기도 하다. 2월 7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같은 무대에 오르는 두 디자이너를 함께 만났다.



▶‘격세지감’ 한국 패션계… ‘패션 한류’ 꽃 피울수 있을까=계한희는 지난해 세계적인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과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했다. 홍콩 아디다스에서 진행한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영국에서 공부한 20대 디자이너는 ‘노는 물’부터 다르다. 황무지 같은 한국 패션계를 일궈온 선배 디자이너는 만감이 교차한다.

“국내 패션 역사가 매우 짧은데, 장족의 발전이라고 봐요. 한국 사람들이 머리도, 감각도, 손재주도 좋고…. 예견된 일 아니겠어요? 한희씨처럼 도전적인 사람들이 많은게 고무적이예요. 너무너무 잘하고들 있잖아.” (손)

또, 그는 싸이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은 디자이너들에게도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해마다 뉴욕에서 쇼를 하면서 정말 많이 달라진걸 느껴요. 싸이가 빌보드 2위까지 오르는 기적같은 일도 벌어지고…. 해외 나가는 사람들마다 ‘국내에서 느끼는 것보다 한류가 뜨겁다’고 들 하잖아요? K-팝(Pop) 인기가 즉시 상업적인 피드백을 주진 않겠지만, 패션계에도 기반을 만들어 준거죠. 조금 더 ‘빠른 길’이 열린 셈이죠.”

계한희가 ‘한국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미국 국적을 버리고 ‘고생길’을 택할 수 있었던 것도 ‘패션 한류’의 높은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공부한 계한희는 2011~2012년 런던패션위크에서 먼저 주목받으며 국내에도 알려졌다.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게 훨씬 수월할 수도 있었다.

“한국에선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죠. 학연ㆍ지연도 유난한 곳이잖아요. 국내 시장이 미국ㆍ유럽보다 규모도 작고 다양성도 떨어지지만, 가능성은 크죠. 제가 살던 미국, 영국에 제 옷을 역수출 하고 싶었어요.”(계)



▶균형을 논하는 손정완 vs 청년 실업을 말하는 계한희=50대 중반에 접어든 ‘완숙한’ 손정완과 아직 ‘안정된’ 사회인 친구가 별로 없는 20대 중반 계한희는 ‘컨셉 코리아’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바도 극명하게 다르다. 손정완은 러시아 아티스트 칸딘스키의 기하학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작품세계를 떠올리며 작업에 임했다. 낭만적아고 고급스럽다. 미대를 졸업한 덕에 주로 아트 영역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고.

“기존 ‘여성스럽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섹시한’ 스타일에 칸딘스키 그림처럼 다양한 색을 입혔죠.”(손)

계한희의 컬렉션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88만원 세대’를 주제로 한다.

“쓰레기 봉투ㆍ그래피티 등에서 디자인 모티프를 가져왔어요. 청년 실업자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잖아요.일찍 디자이너란 직업을 얻은 제가 뭘 알겠냐고 하시겠지만, 주변에 취업 못한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이건 제 문제이기도 한거죠.”(계)

낭만과 현실. 계한희에게 ‘불타는’ 도전정신이 엿보인다면, 손정완에겐 잘 다듬어진 균형감각이 느껴진다.



▶‘좋은 스타일’이란 ‘싸이 스타일’= 한국을 대표해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두 디자이너를 만났는데, 묻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스타일’, 혹은 옷을 잘 입는건 어떤걸까. 손정완의 옷은 여성스럽고(femine), 고급스러우며(luxury) 섹시한(sexy)한 스타일로 일명 ‘청담동 며느리룩’의 대명사다. 계한희는 파격과 실험정신이 묻어나는 중성적인 유니섹스(unisex)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들은 똑같이 ‘자신을 잘 알고 입는 옷’이라고 답했다.

“매력적인 룩(lookㆍ옷차림)을 완성하는건 매우 중요해요. 오늘 우리가 제일먼저 한게 뭘까요? 인사? 눈마주침? 서로의 차림새부터 보았을 거예요. 사람들은 대화를 하기 전에 먼저 서로를 봅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최근엔 가수 싸이와 박근혜 당선인이 좋은 예죠. 두 사람 옷이 유행에 매우 민감하고, 세련되었다고 보긴 힘들어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 맞게 일관되게 추구하는 바가 있죠. 많은 사람들이 그 스타일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죠.” (손)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잘 알아야 해요.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감추고”. 유행만을 쫒는게 능사는 아니예요. 저는 제 체형을 너무 잘 알아요. 그만큼 스스로 관찰을 많이 하고요.” (계)

그래서 결론은 하나. 두 사람 모두 좋은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거울을 자주, 그리고 열심히 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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