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근혜정부 출범 휘청... MB내각과 불편한 동거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격적인 자진 사퇴는 박근혜 정부를 출범 전부터 뒤흔들었다. 취임 전 인사를 포함한 국정 준비를 모두 마치고, 임기 첫 날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겠다던 그림은 이제 밑그림마저 지워진 ‘백지’가 됐다. 자칫하면 오는 25일 취임식 이후 첫 국무회의를 전직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과 해야하는 처지다.

30일 인수위와 새누리당 내에서는 조각을 포함한 정부 출범 작업의 시기 조율론이 불거졌다. 전날 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생긴 인사와 인수업무 공백을 시간에 쫒겨 급하게 할 경우, 제2, 제3의 김용준 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상돈 새누리당 전 정치쇄신위원은 “취임식까지 못 끝나더라도 시간을 두고 인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시간에 쫓겨 서두를 경우 청문회에서 큰 파문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 보름 간 밀실에서 이뤄졌던 인사가 결국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만큼, 시간을 두고 야당까지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속도 조절은 불가피해졌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날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우택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는 정권 출범 시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헌법 규정대로 총리 임명 후 조각에 착수하는 구상은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25일 대통령 취임 전까지 총리를 포함 20명의 고위직 인선을 마무리해야 하는 원칙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인수위 업무 자체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총리 후보자가 겸하고 있었던 인수위원장 자리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 인수위 내부에서도 전망이 엇갈린 모습이다. 인수위 업무 자체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만큼, 새 위원장을 뽑기 보다는 진영 부위원장 대행 체제로 가야한다는 의견과, 새 위원장을 선출하자는 의견 사이에서 고민만 깊어질 뿐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김 지명자의 인수위원장 직 논란과 관련 “본인은 당선인의 결심에 따르기로 했다”며 “그러나 당선인의 뜻은 아직까지 직접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넘겨받은 국회도 변수다. 현재 15부2처18청인 정부조직을 17부3처17청으로 개편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구상을 법률로 뒷받침해야 할 국회는 이날 오전까지도 개원 여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월 국회 일정이 합의가 되지 않고 있는 점에 죄송하다는 말씀만 드린다”며 “여당 단독으로 국회 소집하는 일이 없기를 민주당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다음달 국회 개원 협상이 여전히 안갯속이란 의미다.

이 같은 개원 지연은 취임식 전 인사청문회 지연으로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오늘 개원한다 해도 새 총리 후보자 지명과 이에 대한 인사청문회, 이후 총리의 내각 발표와 또 청문회 작업까지 필요한 시간은 새 대통령 취임식까지 남은 20여 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 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이 뽑은 국무위원들과 한동한 동거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는 5년전 상황과도 유사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정부조직 개편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총리 후보자 인준동의안이 지연됐고, 여기에 일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까지 겹치면서 정부 출범 뒤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 노무현 정부의 장관 3명이 참석하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