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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택시타니?’ 택시값보다 싼 전기차, 강남 한복판서 빌려보니
1시간 6000원, 7만원에 하루 종일 기름값 걱정없이 이용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택시를 타는 것보다 전기차를 빌리는 게 훨씬 싸네요.”

서울 서초구 한전 강남지사에서 만난 직장인 서모(48) 씨.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는 기자를 보자 신기한 듯 다가왔다. 이용방법, 소감 등을 꼼꼼하게 묻더니 시간당 6000원이란 가격을 듣곤 깜짝 놀랐다. 그는 “이런 서비스를 진작 몰랐다는 게 아쉽다”며 “주변 동료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전기차가 일상 속으로 한걸음 다가왔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기차 카쉐어링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가의 전기차를 구입하는 대신 원하는 만큼 빌려 쓸 수 있는 제도이다. 택시값보다 싼 이용요금, 여기에 배출가스 ‘제로’ 환경보호에 일조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아직 보완해야 할 시행착오도 적지 않지만, 신개념 교통수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엿보기엔 충분하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한전 본사. 전기차 충전소로 가니 사전에 예약한 전기차 레이가 눈에 띄었다. 모든 운영은 무인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회원 카드를 차량에 대니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차 안에 마련돼 있는 키로 시동을 걸자 전기차 특유의 무진동, 무소음이 인상깊었다.
 
서울 강남구 한전 본사에 전기차 카 쉐어링 사업에 쓰이는 전기차 레이가 줄지어 주차돼 있다.

이 사업은 AJ렌터카, 한전, 지식경제부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에서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를 1시간 단위로 빌려 쓸 수 있으며, 무료 체험 서비스를 거쳐 현재 유료화로 전환됐다. 홈페이지(www.evshare.co.kr)에서 회원 가입하고 카드를 발급받으면 서울 도심 9곳, 경기 3곳 등 총 12곳의 거점 중에서 전기차를 빌리고 충전할 수 있다.

이날 강남 한전 본사에서 사전 예약한 시간은 3시간. 시동을 거니 계기판에 충전이 완료됐다는 표시와 함께 주행 가능거리 100㎞가 나왔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송파구청을 거쳐 서초구 한전 강남지사까지 운행했다. 총 12㎞에 이르는 구간이다. 전기차이지만 주행 성능에서 일반차와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전기차는 순간 가속력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차선변경이 잦은 도심 주행에선 오히려 운전이 편했다.

한전 강남지사에 도착하자 주행 가능거리가 80㎞로 떨어졌다. 실제 이동 거리보다 더 떨어진 수치이다. 동행한 AJ렌터카 관계자는 “히터나 에어컨, 운전 방식 등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에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사용한 전기만큼 급속으로 재충전하니 4분이 걸린다는 안내 화면이 나왔다. 전기차 레이는 방전상태에서 완전히 충전하기까지 총 25분(급속)이 걸린다.

몇번을 충전하더라도 대여한 시간 내에는 추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즉, 1시간 이용 요금인 6000원만 내면, 1시간 내에 몇번을 충전하더라도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12~24시간은 정액제로 7만2000원을 내면 된다. 이 역시 충전요금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 0~7시의 심야에는 주중 3만원, 주말 4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택시나 일반 렌터카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AJ렌터카 측은 “충전소 인근에서 근무하는 강남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점심 미팅이나 당일 출장 근무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기차 카 쉐어링에 쓰이는 전기차 레이가 충전소에서 전기를 충전하고 있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특히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현재 서울 내 강남이나 여의도, 신도림역 등 총 9곳, 경기 지역에는 일산, 판교, 분당 등 3곳에 충전소가 있다. 충전소가 없는 지역으로 운전하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반납과 대여를 같은 곳에서 해야 하니, 인근에 충전소가 없는 이들에겐 접근성이 떨어진다.

AJ렌터카가 AS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전기차 전담 서비스 직원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개선 사항이다. 실제 이날 콜센터에 운영 관련 문의를 시도했으나, 전화 연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직원조차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컨소시엄은 유료화를 기점으로 향후 충전소를 18개로 확대하고 차량 대수도 점차 늘릴 계획이다. 반채운 AJ렌터카 대표는 “어떤 방식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교통수단이 전기차 카 쉐어링”이라며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해 더 많은 고객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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