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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매출 1조원 미술왕국 가고시안‘흔들’ 왜?
쿤스의 대형조각 ‘뽀빠이’ 가격 놓고
절친이자 대형고객 페렐만과 갈등
폭로 비방전에 법적소송까지 번져

엎친데 덮친격 소속 작가들 반기
英데미안 허스트·日야요이 쿠사마등
인기작가 전속계약 끝내고 결별선언



연매출 1조원을 올리는 세계 최대의 미술왕국 가고시안(Gagosian) 갤러리에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남다른 안목과 배짱, 그리고 엄청난 자본력을 지닌 래리 가고시안(68·사진 왼쪽)이 이끄는 가고시안 화랑은 지난해 9억2500만달러(한화 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1위의 화랑. 2800억원짜리 그림인 세잔의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석유부국(富國) 카타르 왕실에 집어넣는 거래에 개입하는 등 굵직한 거래를 도맡아온 슈퍼 갤러리다.

라이벌이었던 뉴욕의 페이스 화랑이 주춤하는 사이, 가고시안은 스타 작가를 싹쓸이하며 승승장구해 왔다. 뉴욕에만 4개의 갤러리를 둔 이 화랑은 런던, 제네바,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에 11개의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이 화랑은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등 생존작가 중 가장 그림 값이 비싼 작가를 전속으로 두고, 세계 미술계의 트렌드를 선도해 왔다. 신디 셔먼, 무라카미 다카시, 쩡판츠 등 금세기 스타급 작가들은 거개가 가고시안 소속이다. 작고작가 중에도 특A급 작가는 가고시안의 휘하인 예가 많다.

그러나 작년 말 영국 출신의 인기 작가 데미안 허스트와 일본의 여성작가 야요이 쿠사마가 가고시안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는가 하면, 제프 쿤스도 곧 결별할 것이라는 뉴스가 타전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오랫동안 찰떡궁합이었던 미국의 억만장자 수집가 로날드 페렐만(70·오른쪽)과도 법정소송에 돌입했다. 뉴욕타임스는 “가고시안과 페렐만이 현재 제프 쿤스의 작품 때문에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고의 고객을 어떻게든 달래 사건을 덮으려 했던 래리도 급기야 페렐만을 맹공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페렐만은 뉴욕 맨해튼의 법원에 “가고시안이 4500만달러(약 477억7000만원)를 호가하는 작품 11점의 가격을 속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가고시안이 고객이 보유한 작품을 구매할 때는 작품값을 확 낮추고, 팔 때는 가격을 한껏 높여 막대한 차액을 챙긴다고 폭로했다. 

‘수집가 vs 화랑주’로 만나 20년간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뉴욕 미술계의 양대거물’ 로날드 페렐만과 래리 가고시안. 두 사람은 대형 ‘뽀빠이’ 조각(제프 쿤스 作)때문에 소송에 돌입했다.

뉴욕 미술계를 좌지우지하는 두 거물이 분쟁에 휩싸이게 된 것은 제프 쿤스의 대형 조각 때문이다. 지난 2010년 5월 페렐만은 가고시안을 통해 제프 쿤스의 조각 ‘뽀빠이(Popeye)’를 400만달러(약 42억5000만원)에 구입하면서 작품은 19개월 뒤에 받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쿤스의 스테인리스스틸 조각은 선금을 내도 제작기간이 최소 2~3년은 소요돼 천하의 페렐만이라고 해도 기다려야 한다. 쿤스는 전 세계에서 워낙 대형 조각 주문이 많은 데다, 조각의 이음새가 하나도 없이 완벽하게 반짝거리게 처리하는 데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허나 페렐만은 쿤스가 약속기한을 맞추지 못할 것을 알게 되자(쿤스의 작업실이 부도가 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문을 취소했다. 그리곤 쿤스의 작품값이 급속히 상승 중이어서 가고시안이 자신에게 되갚은 400만달러 외에도 여전히 더 받을 게 있다고 주장했다. 미완성 작품이긴 하지만 2년 새 쿤스의 ‘뽀빠이’가 1200만달러(약 127억4000만원)로 가격이 올랐다는 게 페렐만의 주장이다.

반면 가고시안은 페렐만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외려 그와의 거래 때문에 자신이 118만달러(12억5000만원)를 손해봤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이 됐던 쿤스의 조각을 비롯해 페렐만이 보유했던 작품이 당초 예상가보다 낮게 팔렸다는 것.

이번 소송이 일어나기 전까지 20년간 페렐만은 가고시안에게서 고가의 그림을 무려 200여점이나 구입했었다. 게다가 워낙 절친(?)이어서 한때는 식당까지 함께 차릴 정도였다. 래리 가고시안을 ‘최고의 멘토’라며 떠받들던 페렐만은 요즘엔 그를 ‘부도덕한 인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고시안을 떠받치던 유명 작가들이 속속 반기를 들고 있다. 쿤스는 가고시안의 라이벌 갤러리인 뉴욕의 명문화랑 데이비드 즈워너에서 오는 5월 전시를 연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미술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데미안 허스트는 가고시안과 17년간 이어져온 전속계약을 최근 끝낸 바 있다. 이 또한 금전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야요이 쿠사마까지 가고시안을 떠나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스타급 작가가 화랑을 옮기는 것은 미술계에선 흔한 일이며, 고객과 화랑 간 분쟁 또한 별일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가고시안은 현재 전속관계를 맺은 작가가 무려 114명에 이를 정도로 작가층이 워낙 두텁고, 고객층도 워낙 막강해 이 같은 일들 때문에 흔들릴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글로벌 아트마켓을 뒤흔들긴 하나,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는 가고시안이 여러 악재를 무사히 털어내고 포효를 계속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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