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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 새로운 고통의 시작> 사회의 왜곡된 시선, 자살자 유족 두번 죽인다
-자살자 유족 16인 서면 인터뷰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헤럴드경제 취재팀은 ‘자살, 새로운 고통의 시작’ 기획을 연재하며 자살자 유족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았다. 고인을 잃은 상실감, 잘해주지 못한 자책감과 더불어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이에 대한 원망도 뒤섞여 있었다. 경제적인 고통이 뒤따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사회’였다. 세상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소중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만큼이나 그들을 힘들게 했다. 심리적,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자살자 유족들에게 사회는 이들을 지원할 대책은 커녕 편견 가득한 시선만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은 헤럴드경제 취재팀이 서울시자살예방센터와 한국생명의전화의 도움을 받아 자살자 유족 16인을 서면인터뷰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족이 겪는 고통을 사회가 분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5%가 ‘사회적 인식 개선’을 꼽았다. “자살자 유족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 “마음으로 편한 세상을 살수 있길 바란다”는 호소부터 “도움을 빙자한 호기심을 자제해 달라”는 세상에 대한 울분까지, 이들은 사회로부터 또한번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자녀를 잃은 50대 여성 A 씨는 주변사람들이 고인과 남은 가족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이 버겁다고 털어놨다. 그는 “심리 상담이나 의료 지원도 필요하지만 사실 가장 간절한 것은 유족에 대한 안좋은 시선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은 개인적 슬픔에 더해져 유족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자살 이후 본인이나 남은 가족들 중 자살을 생각해본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2.5%가 ‘있다’고 답했다.

‘없다’고 응답한 유족들 중에는 “남은 가족에게 얼마나 끔찍할지를 알기에 생각이 들어도 자제한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죽는 게 두렵진 않다”, “삶의 위기가 올 경우 내 자신을 확신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는 등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회적 안전망이 누구보다 필요하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지자체 정신보건센터 및 자살예방센터나 한국생명의전화 등 민간 단체에서 운영하는 유가족 자조모임 등이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지만 운영이 활성화되고 있는 곳은 손에 꼽는 수준이다. 심리상담이나 의료 지원도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족들은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통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7.5%가 ‘스스로 극복한다’고 했다. “한가한 시간 없이 일에 몰두”하거나 종교 및 봉사활동, 문화생활 등을 통해 홀로 고통을 극복하고자 애를 쓰고 있었다.

“유족 모임 등 교제를 통해 극복한다”고 답한 경우가 30.4%로 뒤를 이었다.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있는 유족들끼리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자녀의 자살 이후 한국생명의전화가 운영하는 유족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50대 여성 B 씨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가족들로부터 이해받을 수 있고 서로 공감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고 말했다. 시누이의 자살 이후 서울시자살예방센터가 운영하는 유족 모임에 나오게 된 40대 여성 C 씨는 “동병상련의 다른 유족들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편안함을 느끼고 대화 속에서 내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심리 상담과 의학적 진료로 고통을 극복하는 경우는 각각 약 13%, 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남성 D 씨는 “자살자 유족 각자마다 필요한 부분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유족들이 어떤 점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지 사회가 더욱 관심을 갖고 그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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