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친분관계로 표심 움직여
“대의원 수 늘려야” 한목소리
1000억원 예산을 거느린 단체의 수장을 단 24명이 결정하는 선거 방식은 정당한가.
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당선으로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끝이 났지만 선거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협회장 선거 방식은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24명이 모여 1차 투표를 하고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거쳐 회장을 뽑는다. 대의원은 16명의 시ㆍ도 축구협회장과 8명의 산하 연맹 회장으로 구성됐다.
단 24명이 당락의 운명을 쥐고 있는 만큼 금품 및 이권이나 개인적 친분 관계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대의원은 자신 혹은 자신이 맡은 단체에 어떤 혜택이 돌아올 것인지가 대한민국 축구계의 발전보다 중요시된다. 또 사실상 ‘명예직’인 지역축구와 산하연맹 대표들로만 대의원이 구성돼 있어 구단, 선수, 심판, 지도자 등 다양한 축구계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후보는 훌륭한 정책이나 역량에 대한 검증보다 각 대의원을 상대로 개인적인 공략에 나서는 게 오히려 현명한 득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일부 후보와 대의원이 표와 이권을 놓고 거래를 하고 있다거나 친소관계에 따라 표심을 굳혔단 뒷말이 무성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대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다. 대의원 숫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금권 선거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대신 후보들은 공약과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스페인은 축구협회장을 뽑는 대의원이 180명에 달한다. 잉글랜드는 대의원이 382명에 달한다. 또 선거 과정에서의 잡음을 없애기 위한 독자적인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기관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는 이 모든 변화를 결국 현재 대의원들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스스로 이를 포기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시선은 정 회장에게 쏠린다. 24명을 흡족하게 해 4년 임기는 물론 재선까지 편하게 갈 것인가, 10만명에 달하는 관련 종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험난한 길을 갈 것인가. 당선 직후 “대의원과 상의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정 회장은 말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