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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로 간 언니 ‘미니홈피’ 어쩌나…
국내 포털 “고인의 사생활…유족이라 해도 계정 알려줄 수 없다” 디지털유산 관리 보수적 입장…해외선 민간 관리대행업체까지 등장
천안함 장병들 미니홈피·e-메일
유족 접근요청 거절 당해

아이디·패스워드는 일신전속적 권한
상속해야할 법적 근거 없어
제3자가 운영땐 위법 소지도

트위터 게시물 ZIP파일 내려받기 제공
망자 자료 저장해두고 간직할 수 있어
소유권 논란 해결 새로운 길 열어줘



김영지(27) 씨는 얼마 전 고인이 된 언니의 블로그에 접속했다가 불쾌함을 느꼈다.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탓에 광고성 댓글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특히 보기에도 민망한 성희롱 수준의 스팸글도 많았다. 언니가 생전에 사진을 올리며 친구들과의 추억을 남기던 공간이라 찝찝한 마음이 들어 관리업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김 씨는 게시판을 닫아 다른 사람이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스스로 블로그를 관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해당 업체에서는 망자의 유족이라 하더라도 방침상 비밀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디지털 유산’ 문제가 국내에서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로 젊은 장병들이 숨지면서 이들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e-메일에 대해 유족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유족들의 요청은 거절됐고, 이후 유명인의 자살이나 사망 이슈가 번질 때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유산 관리에 관련된 이슈가 야기됐다. 


▶국내 포털 3사, “디지털 유산은 죽은 자의 것”=가장 많은 개인의 디지털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 고객센터에는 연간 620건의 디지털 유산 관련 요청이 들어온다. 전체 요청 중 240여건은 회원 탈퇴를 요청한다. SK컴즈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계정을 유족에게 상속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미니홈피는 고인이 최종 설정해놓은 상태로 유지되며, 비공개 콘텐츠의 경우 유족이 요청하더라도 공개로 전환하거나 열람할 수 없다. 유가족이 미니홈피의 정지나 해지를 요청할 경우, 업체는 이를 해지해준다. SK컴즈 측은 “사망한 회원의 미니홈피가 제3자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 명백히 아이디나 패스워드의 도용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이를 인지했을 때 미니홈피를 폐쇄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사실상 폐쇄하기 어려워 남겨두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음이나 네이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사망자의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제공할 수 없으며, 네이버 아이디는 양도나 상속이 불가능한 일신전속적인 이용권한”이라고 밝히고 있다. 단, 사망자가 블로그 등 계정 서비스의 게시물 내려받기를 요청한 경우, 기본적으로 제공이 불가능하지만 공개 서비스인 경우에는 편의를 위해 백업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는 사망자의 가족이 요청한 경우에만 적용되며, 사망 사실과 가족관계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가 반드시 확인돼야 한다.

다음은 실명 계정을 전제로 사망 사실과 가족관계를 확인한 후 계정 삭제만 가능하다. 회원의 사망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계정 삭제 신청서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유가족에게 상속은 물론 자료 열람도 허용하지 않는다. 블로그와 메일의 경우 계정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되지만 계정 삭제 이후에는 콘텐츠의 열람이나 백업이 불가능하다.

다만 다음의 별도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에서는 신원 확인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 공개 게시물과 비공개 게시물의 백업을 제공하며, 로그인 권한도 부여한다. 유가족이 요청할 경우, 폐쇄할 수 있으며 명예 훼손이 우려되는 글이 게시될 경우 블라인드로 처리한다.

▶포털이 안 된다면? “대행업체가 관리한다”=이처럼 국내 업체들은 디지털 유산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유는 디지털 유산을 유족에게 넘겨야 할 법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법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생전에 고인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비공개로 개인의 신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거나 제3자의 사생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경우, 사업자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위험이 존재한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디지털 유산에 대해 명확한 법률을 가진 국가는 없으며, 판례에 의존할 뿐이다. 그러자 민간인들이 디지털 유산을 관리하는 대행업체를 설립해 유가족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국내에는 없지만 미국 등에는 디지털 유산 관리 대행사가 존재한다.

레거시로커(Legacy Locker)가 대표적이다. 94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인 제레미 토번의 할머니는 생전 누구보다도 활발한 디지털 네이티브였다. 할머니가 남긴 방대한 규모의 e-메일과 인간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제레미 토번이 설립한 디지털 정보 관리 서비스업체가 레거시로커다. 이곳에서는 망자들이 사이버공간에서 활동하며 남긴 e-메일 계정과 블로그ㆍ사진ㆍ동영상 등을 대신 관리한다. 이후 유사한 업체가 세계적으로 확산됐는데 스위스에 본사를 둔 데이터인헤리트(Data Inherit), 스웨덴에 본사를 둔 마이웹윌(mywebwikk)이 대표적이다. 이런 업체들은 가족이나 지인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경우, 그를 기리고 그가 남긴 디지털 기록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트윗 다운로드 제공하는 트위터, 유가족에겐 희소식?=국내외 대개의 포털업체가 디지털 유산과 관련해 보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트위터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트위터는 최근 사용자 계정을 백업하는 트위터 아카이브 기능을 일반 이용자들에게 공개했다.

이 기능은 이용자가 자신이 올린 트윗이나 리트윗을 모두 오프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ZIP파일로 내려받기를 제공한다. 해당 파일을 내려받으면 사용자 계정의 글들을 연도별ㆍ월별로 오프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가족이나 지인들은 망자의 자료를 내려받아 저장해두고 간직할 수 있어 후에 해당 계정이 삭제되더라도 계속해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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