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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중소기업이 정말 원하는 것
“박근혜 정부에 거는 중소기업인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온전히 믿지는 않는 분위기다. 딱 손에 잡히는 게 나올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과 동떨어진 것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중소기업들이 ‘박근혜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호언했으니 그럴 만하다. 대기업들도 상생을 부쩍 강조하는 등 전에 없이 협력적이어서 분위기는 괜찮아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 중소기업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 마디로 반신반의(半信半疑)다. 뭔가 나아질 것 같기는 한데, 딱 손에 잡히는 게 나올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을 경영하거나 관계하는 몇 분과 만난 느낌이 그랬다.

우선 시스템적인 개선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가령 검색광고 전문 IT업체의 경우 기술력은 구글을 능가할 정도지만 자금과 인력이 달려 경쟁과정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주저앉기 일쑤라고 한다. 정부에 관련 자금을 요청하고 인력을 확보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경쟁자는 이미 저만큼 달아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도움을 주는 것은 고마운데,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소리다.

대기업과의 관계도 그렇다. 경제민주화다 뭐다 해서 요즘은 바짝 엎드려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에게 대기업은 ‘못 믿을 존재’다. 그래서 알짜 중소기업들은 가능한 한 대기업과 거래를 하지 않는다. 지금은 우호적이지만 언제든 돌변할 수 있고, 자칫 애써 일군 사업이 한 방에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리를 함께한 중소기업 대표는 얼마 전 굴지의 대기업에서 상당 규모의 납품을 의뢰받았지만 고민 끝에 거절했다. 라인을 정비하고 인력을 추가 투입했는데 한두 해 납품받다가 끊어버리면 그야말로 낭패이기 때문이다. 납품을 일단 시작하면 결국 대기업의 ‘노예’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도움을 바라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지만 수출시장 현지 정보가 어두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관련 국제 전시회가 거의 유일한 해외 마케팅 수단이다. 그러나 부스 임대비와 체제비 등 한 번 참석에 수천만원씩 소요되는 비용이 큰 부담이다. 더욱이 바이어들은 한두 번 참석한 기업에는 말도 건네지 않으니 적어도 수년 동안 각국 전시회를 쫓아다녀야 겨우 안면을 틀 수 있다. 그것만 해도 비용이 수억원이다. 그러다 비용부담에 한두 번 미적거리면 그걸로 끝이다. 이런 비용 걱정이라도 덜어주면 머리 터지게 뛰어볼 각오는 언제든지 돼 있는데….

이와 관련한 수출 중소기업의 절절한 애로도 하나 들었다. 각국에 나가 있는 KOTRA 사무소에 책상 하나 놓을 자리만 제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 마케팅은 장기전이 필요할 때가 많지만 현지 사무소를 유지할 형편이 안 되니 그렇게라도 해주면 정말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신보, 기보의 보증을 다받아도 매년 이자율을 1% 이상 꼬박꼬박 올리는 은행의 횡포, 돈을 더 줘도 중소기업엔 오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아쉬움,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가 평가단…. 꼬리를 무는 그들만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푸념이나 불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대통령’이 들어야 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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