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는 ‘물 깊고 넓을 황(滉)’자를 이름에 쓰고, 양건 감사원장은 ‘대들보 량(梁)’이 성(姓)이어서 두 사람 모두 이름부터 4대강을 연상케 한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1년 선ㆍ후배지만, 졸업 후 판사와 학자로 전혀 다른 길을 걷다 감사원장 직을 주고받으며 40여년 만에 인연을 다시 맺었다.
김 총리는 2010년 9월 1차 4대강 감사가 시작될 당시 감사원장이었다. 본격조사와 결과 발표는 총리로 자리를 옮긴 후였지지만, 김 총리 재직시절의 조직이 감사를 담당했었다.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관련은 된다. 게다가 국정을 책임진 총리로서 정부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받는데 발끈할 만도 하다. 4대강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총리로서 ‘총대’를 맨 것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는 총리실의 4대강 점검계획 발표 이후 ‘정부의 객관적인 검증’이라며 거들었다.
반면 양 감사원장은 김 총리의 대학 1년 선배지만 공직 운은 한발씩 늦었다. 현정부 들어 맡은 첫 공직인 국민권익위원장은 총리 산하다. 그런데 뚜렷한 이유 없이 2009년 8월 사임한다. 후임은 ‘4대강 전도사’로 불리던 당시 실세 이재오 전 의원이다. 2011년 3월에야 김 총리의 후임으로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으로 공직에 복귀한다.
다만 퇴임을 앞둔 김 총리와 달리, 양 감사원장은 임기가 2년이나 남았다. 4대강 사업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감사원이 정권 인수인계의 미묘한 시기에 4대강 사업에 혹평을 내놓데 대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양 감사원장은 23일 총리실의 4대강 점검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가 24일 “감사원 감사에 대한 재검증이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한 발 물러섰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