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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신상품이 없다
저금리 속 대출 수요 급감…이달 등록 10건 불과 감소세 지속 ‘출시 부진’ 지속될 듯
은행권의 ‘신(新)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저금리 속에 대출 수요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좀처럼 예ㆍ적금 상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 및 서민 지원 등을 은행권에 강조하고 있어 중기ㆍ서민코드에 맞춘 정책성 상품 이외에는 이렇다할 신상품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국은행연합회의 신상품 공시에 등록된 건수는 실제로 상품으로 보기 어려운 ‘명절 특별자금 공급’을 제외하면 10건에 불과하다. 신상품 등록 수는 지난해 8, 9월 각각 29건에서 10월 27건, 11월 24건, 12월 17건 등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등록된 10건의 상품도 대부분 중기대출이나 서민용 대출, 기부 전용 상품 등이다. 새로 들어설 정부의 중소기업 및 서민 지원 코드 성향이 강하다. 개인 고객을 위한 일반 상품은 기업은행의 ‘부자되는 새해적금’, 하나은행의 ‘나의 소원 적금’, 우리은행 ‘해외채권ETF(상장지수펀드)’ 밖에 없다. 예년 같으면 새해를 맞아 은행들이 내놨을 각종 특판 예ㆍ적금 상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예ㆍ적금 상품을 비롯해 신상품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저금리 기조가 가장 큰 요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7월과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고객에게 높은 금리를 주는 수신상품을 내놓기가 어려워졌다.

은행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예금을 끌어들일 이유도 마땅치 않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투자처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많이 받아봐야 대출 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역마진이 발생할 수도 있는 신상품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도 낮은데다 마땅히 가입할만한 상품도 없다보니 정기 예금 상품 등의 인기도 시들하다. 지난해 4분기 만기 도래 정기예금은 전분기에 비해 11조7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의 상품 출시 부진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중기대출 상품이나 올해부터 부활하게 되는 재형저축 등 ‘정책상품’ 출시 준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금융 상품의 성격도 점차 획일화되고 있다. 2011년의 경우 주가지수연동 정기예금이나 연금우대적금 및 신용카드 사용과 연계된 복합상품 등이 줄줄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대체로 스마트금융과 연계한 상품 이외에 뚜렷한 아이디어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출시된 예ㆍ적금 신상품도 사실 과거 상품의 ‘리뉴얼’수준이다. 게다가 금융 상품의 약관승인도 예년보다는 까다롭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수신내용과 금리, 혜택은 물론 상품명까지 세밀하게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상품의 필요성과 역할은 중요하다“면서도 ”각기 성격이 다른 금융사에 일괄적으로 비슷한 상품이 출시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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