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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퓰리즘의 재앙’ - 진퇴양난 택시법
〔헤럴드경제=한석희ㆍ신대원 기자〕‘표퓰리즘의 재앙’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2013년 1월 22일. 정부는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을 거부하기로 심의 의결했다. 정부는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계획이다. 1조9000억원의 천문학적 지원을 기대했던 택시업계는 당장 총파업을 예고, 또 한 번 교통대란이 불가피해졌다. 표퓰리즘의 재앙이 현실화된 것이다.

임종룡 국무총리 실장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의 어느 사례를 보더라도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한 경우는 없다”며 “헌법 제53조 제2항에 의겨 국회에 재의 요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유사한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 △국가 및 지방재정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같은 정부의 강경 입장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그동안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를 상대로 “정부는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법률안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본회의 상정 보류를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빙의 승부에서 한 표가 아쉬운 정치권은 ‘달리는 민심’ 택시운전사들을 잡기 위해 무리한 입법을 강행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여야 원내대표단이 합의한 것이다.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지정된 나라가 없다는 게 정부 논리인데, 우리나라는 택시의 대중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규모 재정투입과 택시의 버스전용 차로 이용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시절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 법제화에 반발한 버스업계의 전면 운행 중단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의견 수렴을 해서 조정할 것은 조정했어야 하는데 의견수렴이 충분히 안 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언급해 사실상 택시법에 손을 들었다.

이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선택은 2가지다. 택시법을 재의결해 마구잡이 퍼주기식 복지재정 확대로 거덜난 재정에 1조9000억원이라는 혈세지원을 더 추가할지, 아니면 국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하는 택시업계와 정면 대결을 하던지 ’2지 선다’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문제는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월평균 임금이 약 158만원(법인택시 기준. 개인택시는 약 180만원)으로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155만원)에 간당간당하는 택시운전사들에게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귀를 닫을 모양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택시법 재의결 강행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약속한 것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라고 했고, 민주당은 “의원 222명이 법안에 찬성해 사실상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거부권 행사는 사회적 합의를 깨고 갈등을 촉발시킬 뿐이며, 거부권 행사에 따라 반드시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표퓰리즘에서 시작해 진퇴양난에 빠진 택시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만 입게 됐다. 택시업계 사업주의 지갑을 두둑하기 위해 국민들이 지갑을 열어야 하든지, 아니면 발이 묶이던지 국민들만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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