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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단골손님 ‘개헌’ 왜 무산되나
YS·DJ 그리고 盧대통령도 제안
민감한 권력구조 개편 여야 부담



4년 중임제 개헌론은 1990년대부터 정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여야가 늘 공감하지만 늘 불발로 끝나 왔다. 민감한 권력구조를 손대는 일은 권력을 가진 쪽이나 빼앗긴 쪽이나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내각제 개헌론을 처음 꺼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김 총재와 손을 잡으면서 내각제 개헌을 밀약했다. 그러나 집권 후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내각제 대한 충분한 교감이 이뤄지지 못했고, 개헌 논의가 국정의 블랙홀이 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김 대통령은 심지어 1999년 ‘내각제 연내 개헌 유보’를 천명하면서 새천년민주당 강령에서 내각제를 아예 삭제해버렸다. 김 총재는 이에 반발, 2000년 공동정부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7년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수백 가지 개헌 사안들을 손대지 말고 ’4년 연임제’ 한 가지만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 제안을 정치판을 뒤흔들려는 꼼수로 해석한 한나라당은 이를 거세게 반대했다. 결국 각당 원내대표 6인이 개헌을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키로 합의했다. 정권 말 개헌 동력이 떨어진 노 대통령은 정치권의 개헌발의 철회 요구를 수용했다.

18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각당이 개헌을 추진키로 합의했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9년과 2011년에 개헌 공론화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차기 대선후보인 박근혜 의원과 친박계가 자신의 입지를 흔들려하는 게 아니냐면서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개헌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진정성’의 문제를 자주 거론한다.

김승채 고려대 정치학 겸임교수는 “정략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개헌문제를 제기, 그 진정성을 의심받아 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집권정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차기 권력구조 변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측면도 있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헌은 곧 대선 룰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불확실성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줄곧 개헌을 주장해 온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무산되자 “정권 초엔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임기 말엔 다음 대통령 가능성이 큰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못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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