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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세금, 숙명이라지만…
경제민주화·복지확대 시대적 요구속 ‘증세’ 국민적 공감대 형성…
더 내라고 하면 너도나도 ‘손사래’…
증세파 vs 절세파 그 끝없는 세금 전쟁



지난 대선, 우리나라에선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핫이슈였다. 최근에도 이 이슈는 진행형이다. 시대가 그렇게 만들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과 총수 일가에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재벌에 대한 규제강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대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자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다.

헌법 119조의 ‘소득 분배’와 ‘경제의 민주화를 위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 조항은 대선 내내 논쟁거리였다.

복지 확대는 ‘세금전(戰)’에 기름을 부었다. 고령화ㆍ양극화의 급속한 진전과 저성장으로, 복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졌다.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증세’. 여권은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시사하는가 하면 야권은 보편적 증세를 주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증세에는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1773년 ‘보스턴 차(茶) 사건’은 영국이 동인도회사에 차 수입 독점권을 부여하는 관세법을 만들자 지나친 세금 징수에 반발한 북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이 보스턴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차 상자들을 바다에 버린 사건으로, 대영제국이 미국 땅을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프랑스 대혁명도 마찬가지다. 당시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하던 평민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루이 14세 이후 지속된 전쟁과 왕실의 사치로 재정은 파산 위기에 놓였다. 왕이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부회를 소집한 자리에서 평민대표는 봉건사회의 특권 폐지와 평등과세 등을 주장했다. 관철되지 않자, 파리 시민들은 정치범 수용소인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다. 이런 역사를 통해 왕이 맘대로 걷지 못하고 쓰지 못하게 하는 ‘조세법률주의’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최근 우리 국민 사이에서 세금은 나보다 못 가진 사람에게 우선 쓰여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하지만 더 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성인 납세 대상자의 40%나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저소득층마저도 세금이 많다고 느낀다.

그래도 우리 역대 정부는 증세를 통해 국민적 요구에 부응했다. 1960~70년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을 위해 다양한 조세지원이 이뤄졌고, 1980년대 후반부터 복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조세부담률(국민소득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조세부담률은 1953년 5.3%에서 2010년 19.3%로 높아졌다. 시대변화가 이 그래프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만든 셈이다.

박근혜 정부도 증세를 고려하고 있다. ‘직접 증세’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대신 비과세ㆍ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탈세와 전쟁, 금융ㆍ사업소득 과세 강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 대타협을 통한 합리적 조세수준 결정’이란 공약으로 어떤 형태든 증세 논의에 불을 지필 태세다.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의미로 읽혀진다.

조세연구원이 재정학자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2017년 적정 조세부담률은 28.8%.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는 의미다.

차기 정부의 증세 움직임에 대비해 절세파의 ‘세(稅)테크’는 더욱 활발해졌다.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절세파’, 복지확대를 위한 필수선택이라고 외치는 ‘증세파’, 박근혜 정부 내내 증세와 절세의 대결은 이어질 전망이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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