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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검은돈, 어느 조세피난처로 숨고있나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안도라, 바부다, 아루바, 바하마, 벨리즈. 처음 들어본다. 버뮤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도미니카. 그나마 좀 들어봤지만 보통 사람들은 가보지 못한 곳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조세피난처 국가들이다.

조세피난처란 법인세, 개인소득세에 대한 원천과세가 전혀 없거나 과세하더라도 15%미만의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 세제상의 특혜를 제공하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여기서는 세금 대신 계좌 유지 및 법인 설립 수수료를 받는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천국과 같은 곳이어서 그런지 영문명이 ‘tax haven’이다.

현재 상당수 다국적기업들은 카리브해 연안이나 중남미의 조세피난처에 자회사를 설립, 세금을 피하거나 자금을 결집ㆍ조작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와는 관련 없는 외국 유명 갑부들이나 관련있는 이야기일까? 아니다.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조세피난처 35곳에 내국인이 투자한 금액은 총 24조7800억원(약 210억 달러)에 달한다. 투자 대상지로는 싱가포르가 약 4조6600억원(약 4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말레이시아와 케이만군도가 각각 3조3700억원(약 31억 달러), 버뮤다 약 2조9000억원(약 26억 달러), 필리핀 약 2조8000억원(약 25억 달러) 등이다. 이 기간 우리나라 대외투자 총액이 1966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대외 투자액의 10.7%가 조세피난처에 집중된 셈이다.

관세청 집계로는 지난 2011년까지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국내 기업의 페이퍼컴퍼니는 4875개이다. 대기업 전문 분석 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로 지목한 44개 국가 또는 지역에 국내 30대 재벌그룹이 세운 외국법인은 47개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적발한 국외 재산도피 사례는 2007년 13건 166억원에서 2010년 22건 1528억원으로 금액으로만 보면 10배가량 급증했다. 자금 세탁 적발건수도 6건 83억원에서 43건 924억원으로 11배나 늘었다.

최근 영국의 조세 피난처 반대운동 단체인 ‘조세정의 네트워크’는 지난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해외 조세 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약 27조8000억원(7790억달러)에 달해 중국(42,5조원), 러시아(28.5조원)에 이어 3위라고 발표했다. GDP 대비 비율로 계산하면 중국 15%, 러시아 42%, 한국 67%로 한국이 압도적 1위라는 얘기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이 조세피난처에 대한 활용도가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태세다. 기획재정부는 조세피난처로 지정된 국가들과 조세정보 교환협정 릴레이 체결에 나선 상황. 이를 통해 조세와 관련된 정보 교환과 기업 활동의 투명성을 높여 불법적으로 세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적발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스위스와도 금융정보 교환 등을 담은 재정 조세조약을 발효했다. 이로 인해 대상자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이 없더라도 계좌번호만으로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은 작년 한 해 조세피난처와 관련해 156건의 세무조사를 진행해 96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징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버뮤다ㆍ건지ㆍ마샬제도ㆍ사모아ㆍ쿸 제도ㆍ바하마 등 같이 조세정보 교환협정 문안에 합의해 정보교환을 하는 방법 외에는 이들 지역으로 향하는 자금에 대한 규제가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정보교환 국가들을 대폭 늘리는 작업에 집중 할 것”이라고 말했다.

yjs@heraldcorp.com



<조세피난처의 종류>

①택스 파라다이스(tax paradise): 조세를 거의 과하지 않는 나라를 말한다. 바하마, 버뮤다, 케이맨 제도 등.

②택스 셸터(tax shelter): 외국에서 들여온 소득에 전혀 과세하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나라로 홍콩, 라이베리아, 파나마 등

③택스 리조트(tax resort): 특정기업이나 사업활동에 대해 세금상의 특전을 인정하는 나라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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