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친환경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1년 12월부터 발전차액제도를 실시하여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4년 1월부터는 백열전구의 제조, 판매, 수입을 중단시킬 예정이다. 이 같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국공립 병원 운영에도 적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3개의 병원지원서비스(Hospital Support Service) 업체에 말레이시아 전체 국공립 병원시설 운영 및 관리를 위탁하였다. 그 3개 업체는 페이버 메디서브(Faber Mediserve), 판타이 메디베스트(Pantai Medivest), 라디케어(Radicare)이다. 병원지원서비스에는 병원청소 및 침구류 세탁에서부터 의료폐기물, 구급차 관리, 병원시설 관리 전반이 포함된다.2011년 기준 위 3개사 국공립 병원을 대상으로 한 병원지원서비스로 거둬들이는 매출은 약 11억링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는 말레이시아 국공립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지원서비스의 시장규모로 볼 수 있다. 페이버는 81개의 국공립 병원을 관리하면서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라디케어는 41개 병원을 관리하면서 전체 시장의 30%를, 판타이는 25개 병원을 책임지면서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병원지원서비스 업체와의 공식 운영계약은 2011년에 종료되어 2012년에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큰 이변이 없으면 위 3개사가 다시 병원지원서비스 업체로 선정될 것이며 계약기간은 10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새로 시작될 10년 장기계약에는 기존의 병원지원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 이외에 또 다른 과제가 부여되어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를 국공립 병원 운영에도 반영하여 에너지 절감, 수자원 보호, 실내공기 청정도를 향상시키는 것을 계약 조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수자원 보호, 실내공기 청정도 제고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목표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에너지 절감은 계약 후 2년 내에 기존 에너지 비용의 10%를 절감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병원지원서비스에 대한 용역비 이외에 별도의 예산을 이들 업체에 지원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의 병원지원서비스 업체에 따르면 이 같은 에너지 절감 과제는 과거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막연히 기존 전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등의 생각을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실천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친환경산업 관련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고 에너지 절감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하고 있다. 특히 라디케어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매우 적극적이다.
올해 병원지원서비스 계약이 공식적으로 체결될 경우 계약 기간만 10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인 바, 이들 병원지원서비스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는 기업은 오랜 기간 비즈니스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말레이시아에서는 원칙적으로 외국기업은 국공립 병원에 직접 납품이 불가능한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말레이시아 국공립 병원에 우리나라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전체 병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국공립 병원의 성공적인 진출을 통해 사립 병원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납품실적을 쌓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국공립 병원 운영 관련 수출 기회는 현지정부의 정책이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준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에 앞으로도 친환경 시장 수출확대를 위해서 현지 정부의 정책방향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