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공멸 위기감 확산
대형SOC사업도 없어 설상가상


크고 작은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한파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최근 1년새 대형 건설사 5곳 가운데 2곳 이상이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강도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건설업계엔 부동산 시장이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100위권 건설사 가운데 분기별 실적 공시를 하는 61곳 가운데 26곳(42.6%)이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가 밀어닥친 2011년 3분기말 이후 지난해 3분기말까지 직원수를 줄였다. 시공능력 4위의 GS건설의 경우 이 기간 6845명에서 6616명으로 229명 줄었고, 시공능력 8위 현대산업개발도 1774명에서 1736명으로 38명 줄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중인 건설사들엔 구조조정 칼바람이 유난히 매서웠다. 금호산업이 1526명에서 1395명으로 131명 줄었고, 벽산건설은 419명에서 306명으로 113명 줄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임원까지 줄이면서 임직원수가 250여명으로 감소했다.

풍림산업도 699명에서 439명으로 260명, 동양건설산업은 585명에서 411명으로 174명, 우림건설은 346명에서 141명으로 205명, 범양건영은 281명에서 92명으로 189명이 각각 줄었다.

이들 26개 건설사에서 1년간 줄어든 직원 수만 2200여명을 헤아린다. 여기에 두산건설, 쌍용건설, 태영건설, 동부건설, 신세계건설 등 5곳도 지난해 2분기 말부터 직원이 줄어들고 있어 사실상 공시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원 감축에 나선 셈이다.

대형 건설사들마저 이같은 고육지책까지 동원하며 구조조정에 나선 건 결국 부동산 경기가 워낙 좋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1~10월 종합건설사 1만1409곳의 국내 건설수주액만 따져보더라도 총 82조2000억원으로 건설사 1곳당 평균 72억1000만원에 그쳤다. 2011년 평균치(95억9000만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데에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황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지방 분양시장 호황, 4대강 사업 등 대형 SOC사업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설 올해는 눈에 띨 만한 굵직한 개발사업 발주 계획도 없다. 무엇보다 주택 시장 거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100~200위권 중견 건설사는 대기업처럼 외국 진출이 쉽지 않고 특화된 물량을 잡기도 어려워 경기불황에 취약하다”며 “건설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견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경우 건설업계 전체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