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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라면 50년>한국라면 50년史…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 “국민을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생산했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국내에서 라면을 처음으로 만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헤럴드경제에 “1963년, 국민을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생산했다”며 “가격은 10원으로 시작했고 이후에도 회사의 수익성보다 국민의 편에서 저렴하게 라면을 공급해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좀체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 ‘라면의 대부’ 전중윤 명예회장은 라면 국내 도입 50주년인 올해,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같은 말을 전했다. 전 명예회장의 라면 도입사(史)는 국민을 먼저 생각한 것이었고, 정직과 신용이 진하게 배어 있다. 그는 60년대 초 우연히 지나던 남대문시장에서 라면과 인연을 맺게 된다. 서민들이 한끼 식사로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음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 5원짜리 ‘꿀꿀이 죽’을 목격한 것. 그는 과거 일본에 갔을 때 라면을 시식했던 걸 기억하고, 이게 식량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해 모험과도 같은 일을 감행한다.

▶뚝심으로 라면 비법을 전수받다=전 명예회장은 수소문 끝에 라면 생산 기술을 이전받을 기업으로 일본의 묘조(明星)식품을 꼽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달러가 귀했던 시기였지만 그는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찾아가 한국은행을 통해 미화 5만달러를 불하받은 상황이었다. 라면 생산설비 구매를 위한 종잣돈이었다. 전 명예회장은 묘조식품 오쿠이 사장을 큰 인물이라고 부를 만큼 고마움을 갖고 있다. 오쿠이 사장이 라면 제조기술 전수는 물론 삼양식품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원을 아까지 않아서다. 최남석 삼양식품 홍보실장은 “전 명예회장은 오쿠이 사장이 작고한 이후에도 그의 자녀들을 국내에 초청해 극진한 대접을 했다”고 전했다.

천상 ‘양반’인 전 명예회장은 끈질기게 라면에 매달렸다. 묘조식품 공장으로 25일간 출근해 공정을 익혔다. 그러나 전 명예회장에 호의적인 묘조식품도 가장 중요한 배합률에 대해선 가르쳐 주지 않았다. 다행히 그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배합비율이 담긴 봉투를 받게 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당시 일본에서도 라면 제조기술은 신기술로 중요하게 여겨서 미리 알려줄 경우 비밀이 유출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전 명예회장의 든든한 후원자인 셈이었던 묘조식품은 훗날 삼양식품에서 만든 라면을 수입, 일본 라면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라면은 무슨 섬유인가요”…싸늘한 국민반응=라면이 처음 접한 국민들은 옷감, 실 플라스틱으로 오해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삼양식품 전직원과 가족들은 가두판매에 들어갔다. 극장ㆍ공원 등에서 1년 이상 무료시식을 진행했다. 효과가 나타났다. 행사 당시 ‘라면을 끓일 때 나는 향’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삼양라면의 출시가격은 개당 10원. 어려운 식량사정과 고가의 곡물가를 고려해 가난한 서민도 손쉽게 사서 먹을 수 있도록 값을 정한 것이다. 삼양라면은 초기 3년간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 시설 투자와 원료비ㆍ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소비가격 10원은 원가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이었다.

개당 10원으로 출발한 삼양라면의 소비가격은 삼양제품의 보급ᆞ확대가 이루어지기까지 6~7년 동안 지속됐다. 그동안 밀가루값의 인상과 튀김용 기름(우지ㆍ돈지)의 도입가 인상이 원가부담을 가중시켰지만 삼양식품은 추가부담을 최대한 사내에서 흡수함으로써 가격인상을 자제했다. 


그 결과, 우리 입맛에 맞춘 국물과 면발이 밥과 국에 친숙한 소비자의 입맛을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때마침 1965년 정부에서 실시한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혼분식 장려 정책이 나오면서 삼양라면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저조했던 매출은 1966년 11월 240만 봉지, 1969년엔 월 1500봉지로 급격히 늘어나 초창기 대비 300배 이상 성장했다.

전중윤 명예회장의 삼양식품은 이제 세계 50여개국에 라면을 수출하며 음식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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