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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일의 도시, 런던
디자인코리아-영국에서 길을 찾다
18세기 산업혁명의 발원지
‘굴뚝’ 버리고 디자인진흥 주도
대처총리는 디자인세미나 주재
자원·식수·교육·환경문제 넘어
인문학 영역으로까지 끌어올려…



[런던(영국)=윤정식 기자]경제민주화, 도시범죄율 억제, 일자리 창출, 창의력 교육, 친환경 에너지정책, 사회적 약자 복지, 고령화 문제 등등…. 산업화만 됐다면 지구촌 어느 국가든 직면한 머리가 지끈거리는 문제들이다.

이같은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헤럴드경제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인들이 주저없이 디자인 수도(Design Capital)라고 칭하는 영국 런던을 찾았다. 산업혁명의 본거지인 영국이 굴뚝산업을 포기하고 ‘디자인’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한 이유를 알아봤다.

과거에 ‘디자인’은 ‘립스틱’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그 자체로 존재의 이유를 갖는 분야가 아니라, 속은 같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드는 ‘작업’용 도구였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디자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는 아이폰 디자인 하나로 휴대폰의 개념을 바꿨고 인류의 생활습관도 바꿔놨다.

이게 다가 아니다.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지구의 자원, 식수, 교육, 환경 문제까지도 디자인이 해결해주는 세상이다.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디자인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디자인도 모두 가능한 일이 됐다.


현재 영국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는 2012년 현재 23만2000명에 달한다. 평균 연령은 38세다. 약간 부풀려서 10만명 규모인 우리나라의 2.3배임은 물론 전 세계서도 인구 대비 가장 큰 규모에 균형까지 잡힌 인력풀이다.

영국은 최근까지 한국 디자인 진흥의 롤모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처음 부각된 것은 40여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난 1970년 현 디자인진흥원의 전신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를 설립했다. 1944년 출범한 영국의 산업디자인협의회(CODㆍCouncil of Industrial Design)를 본뜬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수출 주도 경제국가를 건설하는데 포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 발상이었다. 자원 빈국의 미래 먹을거리를 내다본 경제철학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국의 COD는 1972년 디자인카운슬(Design Council)로 개명했고, 한국 역시 디자인포장센터를 디자인진흥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영국 정치인들은 경제위기 때마다 디자인을 통한 돌파구 정책을 펼쳤다. 역대 영국 왕실과 총리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디자인 진흥을 주도한 전통이 있다. 1980년대 대처 영국 총리가 직접 디자인 세미나를 주재하며 정부 차원의 디자인 진흥을 이끌어가 ‘디자인의 시기(design decade)라 불리던 때도 있었다. 이를 통해 산업의 일부분에 불과했던 디자인을 공공의 역할, 심지어 인문학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킨다. 한국이 제품의 포장 수준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인 데 비해서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한 것이다.

영국 무역투자청에 따르면 디자인 산업의 영국 GDP 기여도는 2009년 현재 약 1%를 차지한다. 규모로는 150억파운드 정도지만 학자들 사이에선 영국의 디자인 산업은 기업을 넘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 영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전 유럽을 뒤덮은 재정위기로 2010년 영국 정부는 디자인카운슬을 민영화시켰고 영국 내부에서조차 경쟁국인 미국과 일본 등에 디자인 산업 경쟁력이 뒤처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나오고 있다. 후발 주자인 한국으로서는 나만의 새 이정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태용 디자인진흥원장은 “지금까지 선진국을 따라만 가던 한국 디자인이 자체 힘으로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이미 영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들과 정부 차원에서 이들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한국이 세계의 디자인 수도가 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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