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하는만큼 호화롭게”
멋쟁이들의 위시리스트 훔쳐보기
좋은 선물이란 어떤 것일까. 때마침 바닥을 보이는 아이크림이나,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선물 받으면 기쁠까? 상대에게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선물은 최소한 70점은 받을 수 있다. 실패는 아니라는 이야기. 하지만 흔히 ‘실용만점’ 선물은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독서’라고 쓰는 것과 같다. 너무 정직해서 진부하다.
‘쓸데 없어 보이는’ 선물을 곧잘 하는 지인이 있다. 한 번쯤 “뭐 필요한 게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그러는 법이 없다. 대신 선물을 받는 사람과의 관계, 두 사람만의 추억, 선물하는 의미와 시기 등을 스스로 파악해 고른다. 그에겐 백화점 상품권이나 영화 티켓은 ‘예의없는’ 아이템인 듯싶다. 일년에 한두 번 바를까 말까 한 화려한 아이섀도, 레드 카펫 위에서나 볼 법한 큼지막한 귀고리, 넣을 게 별로 없는 조그마한 가죽 손가방, 받는 순간 어디다 둬야 할지 난감해지는 오르골 등이다.
그런데 그의 선물은 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반짝이는 아이섀도를 바르고, 큼지막한 귀고리를 착용한다. 파티에라도 가는양 기분이 한껏 달아오른다. 이런 차림엔 손가방도 썩 잘 어울린다. 오르골 소리는 외출하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실용이 아니라 ‘사치’에 있었다. 선물 가격의 높낮이는 차치하고, 그로 인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가 아닌가에 감동 포인트가 있었던 것. 물론 받는 이의 성향에 따라 감동의 무게는 ‘복불복’이다.
새해를 맞아 저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새 다짐과 위시리스트를 올리고 있다. ‘동안 피부를 위해 마사지숍을 다니겠다’ ‘살을 ○○㎏ 빼겠다’ ‘새해엔 운전면허를 따겠다’부터 ‘○○○○카메라를 사겠다’ ‘○○핸드백이 갖고 싶다’ 등 바라는 바도 각양각색이다. 재미있는 건 ‘나에게 하는 선물’ 목록이 부쩍 눈에 띈다는 것이다. 20대보다는 주로 경제력이 있는 30대 직장인이다. 한 살 더 먹는 서러움을 ‘소비’를 통해 상쇄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사람을 위해 패션업체는 연말연시 경쟁적으로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인다. 의류부터 가방, 구두, 열쇠고리, 사무용품까지 다양하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산뜻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무장했다. 게다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살 수 없는 한정판이라는 매력도 지녔다.
‘쓸데없는’ 것도 사고 싶어지는 연초, 마음 부푼 소비자는 1년에 한 번쯤 ‘된장질(사치스러운 소비를 일컫는 신조어)’을 해도 괜찮다. 올 한 해 행운이 넝쿨째 굴러들어오게 할 ‘부적’이 될지도 모를 일.
귀고리, 목걸이 등 작은 소품 하나만 바꾸어도 좋은 기운을 느낀다고 하는 여성이 많다. 구두도 ‘나에게 하는 선물’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다. 여자를 더욱 ‘여자답게’ 하는 아찔한 하이힐은 어떨까. 최근 영국의 포츠머스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하이힐의 구조는 어깨, 무릎, 엉덩이 등 온 몸의 움직임을 더욱 섹시하게 만든다. 아니면 납작하지만 귀여운 플랫슈즈도 괜찮다. 레드나 골드 컬러라면 심기일전에도 충분할 듯싶다. 여기에 가방을 선물한다면 가능한 한 작은 것으로 하자. 업무상 큰 가방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작은 것이 좋다. 가방이 작고 가벼워야 인생의 무게도 가벼워 진다는 ‘믿거나 말거나’ 설도 은연 중에 퍼져 있다.
남성도 ‘나에게 하는 선물’은 ‘남사스러운’ 컬러로 시도해보자. 여자의 구두ㆍ가방에 얽힌 미신만큼이나 남자의 성공과 부ㆍ명예도 색(色)을 따라 다닌다. 남성은 아무리 ‘사치용’ 선물이라고 해도 여자보다 ‘실용성’에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을 파고드는 게 바로 고급스러운 사무용품. 산뜻한 컬러감의 태블릿PC 케이스나 예술가가 쓸 법한 고풍스러운 연필 롤 등이다. 또 해외 출장이 잦다면 폼나는 기내용 슈트케이스나 여권지갑,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는 M사의 볼펜도 신년 위시리스트에 넣어봄 직하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