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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퇴계처럼’ 출판 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후(게르하르트 핑크 지음ㆍ이수영 옮김/예경)=인류 문화사상의 원류인 그리스ㆍ로마 신화 속 인물 800명을 재구성해 사전식으로 꾸몄다. 이들은 오늘날까지 미술과 오페라, 희곡, 서사시, 소설, 영화, 건축 등의 주인공으로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의 원형은 그리스ㆍ로마 신화에 나오는 ‘기게스’의 반지다. 절망한 니오베가 행복했던 날들을 회고하는 무도가를 부르면서 잃어버린 자식들을 지하세계에서 데려오려고 애쓰는 내용을 담은 주터마이스터의 오페라 ‘니오베’, 스트라빈스키의 ‘아폴론 무사게테’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 버나드 쇼가 오비디우스의 매혹적인 피그말리온 묘사를 변형한 희극 ‘피그말리온’ 등 다양한 분야의 레퍼런스가 총망라됐다. 평이한 수준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텍스트에 예리한 촌평도 곁들였다.

▶퇴계처럼(김병일 지음/글항아리)=한국국학진흥원이 2013년 새롭게 기획한 ‘오래된 만남에서 배운다’ 시리즈의 첫 작품. 저자는 퇴계와 여성의 만남을 통해 유학자 퇴계가 아닌 자연인 퇴계의 인성에 깃든 섬김의 리더십을 발견한다. 일찍 세상을 뜬 아버지를 대신한 여인들, 어머니와 할머니, 첫째부인, 둘째부인, 며느리와 손자며느리 등 여인들과의 만남은 퇴계의 겸양과 섬김의 자세, 귀함과 천함을 가리지 않고 평등사상을 이해하는 열쇠다. 퇴계는 어머니 박 씨의 가르침 속에서 자랐다. 일찍 세상을 뜬 퇴계의 아버지를 대신해 농사와 양잠으로 식솔을 거두는 일만으로도 고된 삶이지만 퇴계에게는 늘 편모슬하의 자식으로서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짓을 하면 안 된다며 매우 엄하게 가르쳤다. 퇴계가 어머니에게 배운 것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조선시대 양갓집 아녀자의 평균적 철학이었다. 당시 누에치기의 노동 수준, 퇴계가 앞장서 세금을 납부해 백성들이 따라 한 일화 등 소소한 재미가 있다.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오가와 히토시 지음ㆍ홍성민 옮김/더난출판)=한밤중 몸을 뒤척이게 하는, 누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어른들의 현실적 고민을 철학의 지혜를 통해 힌트를 제공해준다.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이자 ‘철학 카페’를 열기도 했던 저자는 다양한 상황 속에 처한 이들의 고민에 소크라테스, 칸트, 사르트르, 니체, 하이데거 등 유명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상담을 펼친다. 저자는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40세 영업직 남성에겐 헤겔의 변증법을 이용해 자신의 문제, 즉 성과 부진과 육체의 쇠약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문제들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받아들임으로써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렁 같은 관계에 빠졌다면 플라톤에, 해고를 당했다면 야스퍼스에, 슬럼프에 빠졌다면 메를리퐁티와 함께 밤을 새워도 좋을 듯하다.

▶고려의 부곡인, 경계인으로 살다(박종기 지음/푸른역사)=부곡(部曲)은 통일신라ㆍ고려시대 천민 집단부락으로 흔히 얘기된다. 이들은 목축, 농경, 수공업 따위에 종사하게 했으며 양민들과는 한곳에서 살지 못하게 했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저자는 부곡인을 신분, 거주지, 조세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양민과 천민의 두 경계를 넘나드는 경계인의 속성을 지닌 역사적 존재로 파악한다. 천민은 아닌 존재, 양민이었지만 양민 대접은 받지 못한 존재로서 규정한다. 저자는 부곡인이 이분법과 배타적인 영역에 갇힌 존재가 아님을 밝히려 한다. 경계의 사이에서 불안정한 존재였지만 끊임없이 그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자기 변신을 통해 역사의 발전에 일정한 공헌을 한 존재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경계인이 고려사회에 구조적으로 수용될 수 있었던 이유로 고려왕조가 지닌, 이질적이고 다양한 문화와 계층을 아우르는 다원사회의 특성을 꼽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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