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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탄생 100주년 까뮈의 ‘이방인’ 의 재발견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모든 것이 기우뚱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바다는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왔다. 온 하늘이 활짝 열리며 불을 비 내리듯 쏟아붓는 것만 같았다. 나는 온몸이 긴장해 손으로 피스톨을 그러쥐었다.’(‘이방인’ 중)

20세기 새로운 인간으로 불리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쏘가 그래픽노블의 거장 호세 무뇨스의 손끝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출간 70주년을 기념해 2012년 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의 임프린트인 ‘퓌튀로폴리스’에서 출간한 특별 에디션 ‘일러스트 이방인’(책세상)은 무뇨스의 선 굵은 묘법에 힘입어 21세기 뫼르쏘와 재회의 설렘을 준다.

숨 막히는 부조리한 현실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군더더기 없는 흑백의 일러스트, 여운과 시적 울림을 따라 시각적으로 편집된 텍스트는 단행본 소설을 읽는 것과 전혀 다른 맛을 준다.

주인공 뫼르쏘가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모습에 더 가깝다는 사실은 그래픽노블로 만난 김에 발견하게 되는 놀라움이다. 아랍인을 죽인 살인죄로 기소됐지만 어머니 장례식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게 더 세인의 주목을 받고 논란거리가 된 일, 세상 윤리의 부조리 앞에서 마음의 진실을 얘기하는 뫼르쏘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 않다. 최근 현대 심리학의 발전은 뫼르쏘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준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파렴치한일까, 사랑하는 사람도 어느 순간에는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다는 뫼르쏘의 진술은 어떤가.

또 범죄적 영혼의 심리상태를 두고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에서 똑같이 소외감을 느끼는 뫼르쏘의 진실은 놀랍도록 현재적이다. 프랑스에서 매년 20만명의 새로운 독자가 생겨나는 ‘이방인’의 현대성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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