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타고난 운동실력이 드러나며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에서 철인 10종 경기 및 5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미국은 물론 세계를 뒤흔드는 쾌거였다. 스웨덴의 국왕 구스타프 5세는 도프의 활약에 매료돼 두개의 금메달 외에, 자신의 브론즈 흉상과 보석이 박힌 바이킹 배를 안겼다.
그러나 그는 대학 재학시절이던 1909년 여름방학에 주급 25달러를 받고 프로야구 마이너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사실이 밝혀지며 메달을 박탈당했다. 그 무렵은 순수 아마추어리즘이 너무나 엄격하게 적용되던 시절이었다.
이같은 흥미로운 올림픽 영웅스토리를 접한 젊은 화가 김성윤은 빼어난 묘사력으로 이 비운의 스타를 독특하게 표현했다. 그림의 타이틀은 ‘Jim Thorpe Getting Ready To Start’(2010)이다.
대상의 특징을 정확히 포착한 작가는 ‘스포츠 영웅의 건각’을 진한 음영으로 강조하며, 한 점의 긴장감있는 그림을 완성했다.
그런데 포토 리얼리즘을 색다르게 구현한 김성윤의 그림은 묘한 어색함을 품고 있다. 왼쪽 발이 백색의 스타팅라인을 살짝 밟고 있는 것과, 출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좁게 놓인 푯말은 애매함을 더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엄격한 포토 리얼리즘을 살짝 비껴난 듯한 바로 이같은 요소들이 감상자에겐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펄펄 끓는 활화산처럼 뛰고 던지고 구른 끝에, 이제는 전설이 된 올림픽 아카이브 속 스포츠스타를 오늘에 불러내, 그의 감춰졌던 면모를 화가는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되살려낸 셈이다.
육상은 물론 ML과 NFL을 두루 섭렵하며 ‘20세기 전반기의 가장 위대한 스포츠영웅’으로 각인됐던 도프는 세상을 뜬지 30년 만에 2개의 금메달을 돌려받으면서 저승에서나마 한(恨)을 풀었다.
김성윤은 짐 도프의 그림 외에도 인도의 필드하키 선수도 그렸다. 1932, 1936년 필드하키 종목에서 조국인 인도 정부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루프 싱이 그 주인공이다. 싱을 그린 ‘Tennis, Roop Singh’(2010)이란 작품은 독특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작가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올림픽 스타와 비슷한 인물을 찾아내 최대한 그럴듯하게 분장을 시킨 다음, 사진 스튜디오 작업을 진행한다. 그럴싸한 표정과 의상, 잘 짜여진 듯한 구도 아래 찍힌 스포츠 스타는 한장의 완벽한 기념촬영인냥 다가온다.
허나 완벽하게 연출된 듯한 인물과는 달리 소품(하키 스틱이 아닌 테니스 라켓을 쥐고 있다)의 부조화, 시대성에 대한 정보미흡 등은 기이한 아이러니를 선사하고 있다. 독특한 비틀기란 점에서 그의 그림은 보는 이에게 신선함을 안긴다.
김성윤의 이들 작품은 사실주의 화풍의 그림과 영상을 모은 서울 서초동 갤러리바톤의 기획전 ‘DIVERGENCE’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오는 1월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김성윤을 필두로 데이비드 오케인(David O’kane, Irish), 스신닝(Shi Xinning, Chinese), 이석종, 웬우(Wen Wu, Chinese)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가 회화및 영상작품을 출품했다. 02)597-5701 /yr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