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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예산 들여다보니> 실세들이 실속 챙긴 ‘쪽지예산’
여야 불문 민원 예산 챙기기
호텔방서 쪽지 4500건 만지작


새해 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처리되는 과정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민원 예산 챙기기’는 꼼꼼했다. 특히 여야 실세 의원들의 전횡이 심했다. ‘형님예산’ 빠진 자리에 ‘쪽지예산’만 넘쳐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여기에 외부 노출을 피하려 호텔에서 심사를 했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국회가 지난 1일 처리한 201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박근혜 당선인의 전 지역구(대구 달성)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립대구과학관 운영비 12억원이 순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인천 연수)의 지역구에는 증액 예산으론 단일 지역구 최고액인 650억여원이 증액됐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건립에 615억원, 인천송도 희소금속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과 인천 송도 컨벤시아 조성에도 각각 20억원의 예산이 추가됐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의 지역구에는 모두 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집중적으로 증액됐다. ‘대구 수성 의료지구 교통망체계 타당성 조사’는 당초 정부안에는 5억원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182억원이 증액됐다. 대구 순환고속도로와 대구 모바일게임센터 구축에도 각각 30억원과 10억원의 예산이 증액됐다.

민주통합당 실세 의원들도 추가예산을 톡톡히 받아갔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경기 남양주을)는 남양주 고용센터 설치에 3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타갔고, 최재성 예결위 민주당 간사의 지역구(경기 남양주갑)도 하수처리장 사업에 추가로 11억원의 예산을 받아갔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전남 목포)도 목포대 지원 사업에 1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배정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형님예산’으로 몸살을 앓았던 국회의 예산안 처리가, 올해는 실세 의원들의 각 지역구 ‘민원예산 챙기기’로 또 한번 몸살을 앓은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민원예산 챙기기는 3년 후 선거 때 지역민심용이다. 겉으로는 제주해군기지를 내걸었지만 결국 각 의원들의 잇속 챙기기만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지역구 관련 예산 증액 총 규모는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막판 예산 조정이 이뤄진 장소도 논란거리다. 예산을 조율하는 계수조정소위는 여의도 렉싱턴호텔의 한 객실에서 열렸다. 이곳으로 밀려든 ‘민원쪽지’는 줄잡아 4500여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년(2000~3000건)에 비해 현저히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며 국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예산안을 해를 넘겨 처리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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