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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대예측> 경제성장률도 고용도 뒷걸음질…올해도 ‘글루미 이코노미’
3년째 3%대 유례없는 저성장…美재정절벽 등 1분기 하방위험 집중
정책카드 한계…위기관리 실패땐 ‘L자형 침체커브’ 고착화 우려도


세계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보이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체질상 2013년 역시 답답한 저성장 국면을 벗지 못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 지난 두 번의 고비를 비교적 무난히 넘겼지만, 위축된 글로벌 경기 흐름이 당분간 반등 조짐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일본식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전 10%대에 육박하던 고도성장률 추세는 꺾인 지 오래다. 2000년에 고점(8.8%)을 찍은 후 하강세에 진입하며 10여년간 0~6%대 안에서 머무르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말에 올 성장률 전망치를 민간기관보다 다소 낮은 3.0%로 하향 수정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3%대로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를 비교적 충분히 반영한 수치다. 이로써 성장률 전망치는 3년째 잠재 성장률보다 낮을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장기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는 상황에 처했다.

▶‘글루미’ 2012년=정부는 지난해 9월만 해도 유로존 위기가 상반기에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에 하반기엔 작은 폭이라도 호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해결 과정은 지지부진했고, 미국의 재정 긴축, 신흥국의 경기 둔화 등이 더해져 글로벌 수요가 동반 둔화됐다. 이런 가운데 ‘최후의 보루’인 재정의 부실로 정책 여력까지 축소되면서 위기 극복이 생각처럼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은 최근 회복세를 보였지만 ‘재정절벽(fiscal cliff)’이라는 암초가 버티고 있었다. 선진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 활력을 북돋웠던 브릭스(BRICs) 등 신흥국 경제도 세계 경제의 침체 분위기에 휩쓸려 기대만큼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또 전체적인 위기의 원인이 재정ㆍ금융ㆍ시스템 등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해법이 쉽지 않고, 교역ㆍ금융ㆍ심리 경로를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높아지는 데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 지연은 지난해 3분기에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3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전기 대비로 0.1% 증가하는 데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수준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지난해 2.1%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본격 성장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기도 하다.

▶올 1분기가 고비=올 상반기엔 미국의 재정절벽,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하반기부터는 세계 경기가 개선 흐름을 타면서 우리 경제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

다만 상반기 중 1분기에 경기의 하방위험이 집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재정절벽 발생과 부채 한도 합의 실패 우려가 있고, 유럽은 스페인의 대규모 국채 만기 도래,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미이행, 이탈리아 총선 등이 국제 금융 시장 위험도를 높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거꾸로 유로존 통합에 조기 진전이 있고 미국의 재정절벽 완화가 빠르게 합의될 경우 성장세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올 성장률 전망치인 3% 달성도 불안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수치는 재정의 조기 집행과 재정 보강 등을 반영한 것으로,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정책 효과가 예상보다 미흡할 경우 언제든지 2%대로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석 달 만(9→12월)에 올 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나 내린 바 있다.

▶‘L자형’ 침체 곡선 굳어지나=만일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될 경우 2010년을 제외하곤 다섯 해 동안 3% 이하의 성장으로 이른바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형국이 된다. 이는 지난 30여년 우리 경제의 역사에 있어 전무후무한 기록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두 번의 위기 때마다 이듬해 바로 성장세를 회복하는 빠른 복원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한국의 성장 여력이 임계치에 달한 데다가 우리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동안과 같이 급격한 경기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재 성장률을 3.7%로 보면 잠재 성장률을 못 넘는 저성장 기조가 내년에도 계속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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