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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조경은 관조대상 아닌 체험의 공간”
베테랑 조경전문가…김태연 대우건설 부장
“높아진 주거환경 관심에 격세지감
텃밭 가꾸기등 공생문화 바람직”



언제부터인가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으리으리한 소나무가 필수 항목으로 꼽히기 시작했다. 생태, 건강, 친환경 아파트 등 주거 환경에 대한 입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조경에도 이른바 ‘명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수억원씩 큰돈을 들여 심어놓은 소나무가 말라죽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아파트 조경이 고급화하는 경향이지만 결국 ‘조경을 위한 조경’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조경에도 명품 유행이 불더라고요. 하지만 진정한 조경이란 결국 사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조경이 아닐까요?” 김태연(50·사진) 대우건설 부장의 말이다. 그녀는 26년간 대우건설의 설계 및 시공 부문에서 일하며 꾸준히 조경을 담당해온 이른바 베테랑 조경 전문가다. 


조경을 대학에서 전공한 김 부장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조경에 대한 인식이 미약했고 조경업무 자체가 구축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조경팀이라는 담당부서조차도 없었다. 김 부장은 그래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녀는 “요즘 불황이다 보니 아파트 분양가 절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조경비는 절감 목록에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도가 커졌다”며 “극소수이던 여성인력도 조경팀에서는 이제 다수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녀가 바라는 아파트 조경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결국 입주민 만족이 최고의 목적이다. “명품이 고가인데, 사실 꼭 비싼 게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외국에선 조경용으로 큰 나무를 심지 않아요. 작은 나무부터 심고 커가는 걸 바라보게 합니다. 나무를 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랫동안 같이 공생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합니다.”

어찌 보면 조경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김 부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의 건축 관련 박람회를 다니며 감각과 트렌드를 익혔다. 그녀는 “결국 좋은 주택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기술자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최소한 일년에 2∼3번은 외국 유명 건축물이나 박람회장을 방문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

김 부장은 이제 26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과거 관조의 대상에 머물던 조경을 참여와 체험의 대상으로 바꾸는 데 전력을 쏟으려고 한다. 그녀는 “어린이에게는 아파트 정원의 꽃과 나무를 알게 하고, 어른에게는 베란다정원 가꾸기, 텃밭가꾸기 등을 통해 공동의 정원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조경문화를 조성하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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