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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재계 첫 만남…스킨십 내용은 ‘긴장 속 협조’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역사는 반복된다. 돌고 돈다. 다만 그 내용과 색깔이 다소 다를 뿐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후 재계와 첫 만남을 가졌다. 박 당선인은 26일 중기중앙회를 거쳐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했다. 당선인 자격의 재계와의 최초의 ‘티타임 스킨십’이다. 역대 대통령도 당선 직후 재계를 방문한 적이 많았기에 이상할 것은 전혀 없다.

박 당선인은 중기중앙회에선 대ㆍ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인수위에 중소기업인을 참여시켜달라. 중소기업 공약을 실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경련에 와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4대그룹에선 일본 출장 중인 이건희 회장을 제외하고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참석했다.


박 당선인의 이날 재계행(行)이 관심을 끈 것은 대선과정에서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멘트의 수위 때문이었다. 총출제, 순환출자 금지 등에 대해 박 당선인은 재계를 숨막히게 할 정도의 날카로움을 자제했지만, 어느정도의 대기업 개혁 정책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이어서 재계의 시선은 당선인의 입에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만남은 ‘상견례’ 성격이 짙었다. 방문한 이도, 맞이한 이도 너무 깊이 나아가지는 않았다. 당선인은 “일자리와 투자에 대기업의 역할이 너무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도 깊이 고민해달라”고 했고, 전경련 회장단은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긴장 속 협조’라는 재계의 속사정도 엿보였다.

당선인 측과 재계의 본격적인 줄다리기는 인수위 가동 직후, 또는 내년초 신년하례회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벼운 스킨십 뒤에는 굳건한 파트너십이든, 강력한 견제든 특정한 색깔이 뒤따르는 법이다. 역대 당선인 사례도 그랬다.

1997년 당선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인이 된지 1주일만에 경제단체장을 만났고, 신년초 주요그룹 회장과 회동했다. “짐되는 기업들을 빨리 정리하라”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5년전 당선된지 열흘만에 경제단체장과 2시간동안 오찬했다. 테이블에선 ‘비즈니스 프렌들리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을 하고서도 3개월이 지난 2003년 5월 4대그룹 총수와 해외 순방길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재벌개혁을 표방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계와 일정 거리를 뒀다. 1993년 취임 3개월만에 한미재계회의 대표 초청 오찬을 가지며 “투자 활성화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언론이 이 만남에 대해 ‘해빙의 오찬’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박 당선인의 전경련 조기 방문은 뜻밖이기도 하다. 경제민주화 논란은 거세지만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현재로선 알맹이를 주고받을 상황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룹 총수들과 만남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박 당선인이 재계와 전격 스킨십을 가진 것은 그가 맨처음 제시한 ‘민생’ 화두는 기업들의 파트너십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도 환영할 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통합을 주창하는 당선인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하는 것이 경제도 살리고, 글로벌경제위기에 따른 저성장시대를 극복하는 한 방편이라는 공감대는 넓혀져 있다. 재계 역시 ‘대통합 코드’를 언제든지 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 출범, 내년 2월 취임, 그리고 본격적인 민생살리기 프로그램 가동. 당장 이런 스케줄 속에서 재계가 긴장을 풀 수 있을지, 더큰 속앓이를 할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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