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작 ‘문명화 과정’으로 잘알려진 사회학계의 거장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통찰이 담긴 ‘죽어가는 자의 고독’(김수정 옮김/문학동네)은 현대인의 삶에서 멀어진 죽음을 가까이 끌어당겨 맨 얼굴을 보게 한다. 엘리아스는 죽음을 살아있는 자와 죽어가는 자의 관계인 사회학적 문제로 본다. 엘리아스에게 문명화는 위생강박으로 나타난다. 특히 위생관념이 생기면서 권력은 살아있는 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며 죽어가는 자, 늙어가는 자는 회피의 대상이 된다. 외로운 죽음은 바로 이런 ‘문명화’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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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스는 이런 회피, 격리가 문명화 과정의 정서와 연결돼 있음을 들여다본다. 즉 수치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죽음은 삶의 뒤편으로 밀려나며 숨김의 대상이 된다.
엘리아스는 죽음을 인간 삶의 총체성 속에 위치시키며 생물학적 사실을 인정하고 타인과 나의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죽음을 둘러싼 환상을 먼저 걷어내고 인간 존재의 유한성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논의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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