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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너도나도 와인~ 너도나도 막걸리…술도 트렌드 좇는 한국인
최대 시장 형성 맥주, 수입산까지 가세 치열한 경쟁 중
서민의 술 소주, 해외시장 진출 박차 ‘소주한류’ 가능성
웰빙바람 타고 부활 막걸리, 폭발적 성장기 지나 안정기로
독한 술 외면 위스키는 울상…가격 착해진 와인 성공가도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전통어인 게일어로 ‘우스케 바하(Usque Baugh)’에서 유래했다. ‘생명의 물’이란 뜻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맥주를 두고 ‘고귀하고 전능한 음료’라고 찬미했다. 국민주로 통하는 소주는 증류방식으로 제조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슬을 받는다’라고 본초강목에 적혀 있다. 술을 이슬의 반열에 올린 것이다.

과하면 탈이 나지만, 영혼과 교감의 통로라는 술은 이처럼 인간의 삶과 뗄 수 없는 존재임이 확실하다. 국내 술 시장 규모는 모든 주종을 합쳐 7조원을 상회하는 걸로 추정된다. 국민 1인당 한 해 술 소비량(2010년 국세청 조사ㆍ19세 이상 성인)은 소주 66.6병. 맥주 100.8병, 막걸리 14.2병이다. 여기에 수입 양주 등을 더하면 총 188.2병을 마신다. 이쯤 되니 한국인의 술 소비량이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주종별 흥망성쇠는 사회ㆍ경제적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난히 경쟁이 치열한 주류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술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국내 맥주 생산 80년史…무한경쟁 속으로=한국에 처음 맥주가 소개된 건 1880년대 개항 즈음으로 전해진다. 이후 1933년 대일본맥주가 영등포에 조선맥주공장을 설립하면서 처음으로 국내에서 맥주가 생산됐다. 내년이면 국내에서 맥주를 만든 지 80년이 된다.

한때 맥주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지난해엔 500㎖ 기준으로 34억7000만병이 팔려 대표 주류로 올라섰다. 규모로도 작년 3조8000억원에 육박해 가장 큰 시장이다.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총성 없는 시장점유율 경쟁을 펼쳐왔으나, 이젠 수입산 맥주의 등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올해 7월까지 누계로 국내 전체 맥주 시장 규모는 1억943만3541상자이며, 외국산 프리미엄 맥주는 553만1953상자다. 해외 프리미엄 맥주의 비중이 5.1%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버드, 아사히, 하이네켄 등을 찾는 국내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영국의 유력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맥주가 맛이 없다는 골자의 기사를 게재해 논란이 됐다. 국내 소비자의 상당수는 수긍했으나, 맥주 제조사들은 발끈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의 맥아함량이 낮아 물 같은 맥주라는 오해가 있다”면서 “1999년 12월 주세법 개정을 통해 맥주는 맥아함량 66.7%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서 10% 이상으로 완화됐는데, 이는 일본의 발포주가 수입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로 인해 국내 시판 맥주는 맥아를 70% 이상 쓰는데도 소비자들이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원한 서민의 술, 소주=국내 소주는 진로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1924년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엔 원숭이가 상표에 등장했다. 이후 1954년 6월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생산된 진로엔 두꺼비 상표가 붙게 된다. 3조원대에 근접하는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양보 없는 혈전을 치르는 중이다.

알코올 도수 25도에서 출발한 소주는 점차 도수를 낮춰 부드럽고 깨끗함을 강조하며 두 회사 간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고, 제조공법을 둘러싼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은 소주를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에 드라이브를 거는 중으로, 중국ㆍ러시아 등을 유망 지역으로 꼽는 등 ‘소주 한류’ 바람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막걸리의 운명은?=1960년대까지 국민주였던 막걸리는 맥주ㆍ소주의 기세에 밀리다가 2008년 웰빙 바람을 타고 화려하게 귀환했다. 2009~2010년엔 전년 대비 50~70%대의 성장세를 기록할 정도였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 강세로 일본 관광객이 늘어났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막걸리를 접한 일본인들은 유산균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막걸리의 장점을 듣고 웰빙주로 인식해 막걸리 붐이 일었다”고 했다.

그러나 막걸리 시대가 저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올해 1~10월의 막걸리 출하량은 34만2000㎘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5.2% 감소한 걸로 나타났기 때문. 올해 일본으로의 수출비중도 작년 대비 4.6%포인트 줄어들었다. 국순당 관계자는 그러나 “막걸리 시장은 5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시기를 지나 시장 안정기로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울상 짓는 위스키, 활짝 웃는 와인=경기 활황의 덕을 톡톡히 보고 승승장구했던 국내 위스키 시장은 하락세로 고전하고 있다. 독한 술을 꺼리는 트렌드도 위스키업계를 난감하게 하는 요인이다. 숫자가 이를 말해준다. 위스키 시장은 2009년만 해도 255만8131상자(1상자=500㎖×18병)였으나 올 1~10월엔 170만9679상자로 30% 이상 급감했다. 반면 와인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4년 국내 와인 수입량은 1580만935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600만3973㎏이었다. 7년 만에 64.4%나 증가한 것이다. 대형마트가 질 좋은 와인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에 팔면서 서민들의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한몫을 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시장은 위스키의 고전과 와인의 선전, 그리고 맥주ㆍ소주 시장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요약된다”며 “저도주 술을 선호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또 어떤 유행을 만들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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