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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펀드 투자자 몰려 조기완판…3.1% CD금리 수익 · 개인간 거래‘투자보단 후원’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이번 제18대 대통령선거는 ‘펀드’가 활성화된 첫 대선으로 기억될 만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6월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면서 결성한 것이 시초가 된 정치인펀드는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재보선 선거에서 이를 활용했고 올 4ㆍ11 총선에서는 강용석, 강기갑 의원 등이 자신의 이름을 단 펀드를 통해 투자자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ㆍ문재인 후보 등이 출시한 펀드는 순식간에 수많은 투자자들을 모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제시한 수익률은 과거 정치인 펀드보다 낮지만 모금액은 훨씬 많았다.

사실 정치인 펀드는 금융권에서 통용되는 자본시장법상 펀드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며 오히려 개인간 차용 계약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자도 그리 높지 않을 뿐 더러 위험성이 있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후원 정도로 여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재테크 상품으로 삼기에는 수익면이나 안정성에서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선 펀드 선풍…얼마나 모였나=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선거자금용 국민펀드’ 모금에서도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박근혜 약속펀드’는 지난달 25일 출시한 이래 3일만에 목표액 250억원을 채웠다.


‘박근혜 약속펀드’의 이자는 연 3.10%이며, 12월 19일 대선일로부터 70일 이내인 내년 2월 27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면 2월 28일 상환해줄 예정이다.

문 후보도 이미 두 차례 선거자금용 펀드인 ‘담쟁이 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 역시 두차례 모두 조기 마감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0월 22일 출시했던 1차 펀드는 56시간 만에 목표액인 200억원을 달성했으며 2차펀드 역시 하루 만에 100억원의 목표액을 달성했다.

문재인 2차 담쟁이펀드의 약정 조건은 1차 펀드와 같이 연리 3.09%에 내년 2월 28일 이전 상환을 원칙으로 한다.

문 후보 측은 지난 10일 ‘문재인 담쟁이 펀드 시즌 3 문안드림 3.77펀드’를 새로 출시하기도 했다. ‘3000만명이 77%의 투표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는 의미로 ‘펀드’라는 이름과 달리 돈을 모으지는 않는다. 문재인펀드(www.moonfund.co.kr)에 접속해 나의 투표참여 약속과 투표참여를 독려할 주변 지인을 약정을 하고 ‘투게더(2gether)약속증서’를 받으면 완료된다.

이 펀드는 이자대신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통령과의 1박2일’ 등의 기회를 준다. 사전적 의미의 ‘펀드’와는 전혀 다른 캠페인인 셈이다.

▶개인간 거래 성격 강해…투자보단 후원 의미= 정치인펀드를 투자상품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성격이 불분명하다. 정치인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어서 일반적인 펀드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감독원이 관리ㆍ감독하는 유사수신으로도 보기 어렵다. 선거법에 따라 유효 투표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각자 상환 가능한 이자율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모아왔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인 펀드에 대해 개인끼리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개인간 금전거래’라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문재인 담쟁이펀드의 제시 수익률은 지난 1일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와 같은 연 3.09%다. 박근혜 약속 펀드의 수익률도 이와 유사한 연 3.10%다. 이는 과거 4ㆍ11총선 당시 제시됐던 연 3.54∼6.00%의 수익률보다 낮아진 수치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았던 과거 정치인 펀드의 수익률에 비해 담쟁이펀드의 수익률은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정기예ㆍ적금 특판상품보다도 금리가 낮은 만큼 재테크 방법으로서는 그리 효율적이지 못한 수단인 셈이다.

낮은 수익률에 비해 리스크도 높은 편이다. 상황에 따라 원금도 보전받지 못할 여지가 충분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된 대선 펀드는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긴 하지만 정부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을 정도로 득표율이 낮을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어 리스크가 높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정치인 펀드 중에는 약속한 시기에 원금과 이자를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대선펀드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재테크 상품이라기보다는 지지 후보에 대한 후원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정치인펀드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펀드 가입자가 시중 금리보다 낮은 이자율을 감수하며 후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에 대한 후원금과 달리 정치인펀드에 공무원과 교사 등이 참가할 수 있어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펀드라고 하면 수백억원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이 엄격하게 관리된다”며 “그럼에도 지금의 정치펀드는 투명한 관리시스템이 드러나지 않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금융당국 등이 펀드 전반을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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