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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미술계…작가들 열정은 뜨거웠으나 미술계엔 한파가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2012년 우리 미술계는 주요 미술관과 몇몇 화랑들만 선전했을 뿐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미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향유의식은 확대됐지만 그에 부응할만한 획기적인 전시는 크게 위축됐던 한해였다. 그 와중에도 우리 작가들의 창작의지는 뜨거워, 비좁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반기에는 전국적으로 비엔날레가 봇물을 이루며 실험적인 현대미술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비엔날레가 적지않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 해였다. 2012년 미술계를 결산해본다.

▶뜨거운 환호=올해는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서도호(런던), 김수자(뉴욕), 양혜규(베를린)의 활동이 눈부신 한 해였다. 설치미술가 서도호는 지난 3~6월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Leeum)에서 가진 ‘집 속의 집’전이 10만1200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리움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이는 ‘앤디 워홀 팩토리’전(2007년)의 기록을 제친 것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서도호는 올 광주비엔날레 폴리 프로젝트에서도 깜찍한 이동식 호텔(‘틈새호텔’)로 호평을 받았다.

김수자와 양혜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외 주요 미술관및 미술제로부터 미처 소화하기 힘들 정도의 출품제의를 받았다. 


양혜규의 활약은 특히 돋보였다. 양혜규는 5년마다 열리는 세계적 미술제인 ‘카셀도큐멘타13’에 초청받아 독특한 신작을 선보였다. 또 독일 뮌헨의 하우스데어 쿤스트(현대미술관)의 중앙홀에 높이 10m의 커미션 작품을 설치하는 등 바쁜 한해를 보냈다.

영상, 설치미술을 넘나드는 동갑내기 작가 문경원·전준호는 올 들어 국내의 주요 미술상을 휩쓸며 그야말로 기염을 토했다. 카셀도큐멘타13에 참가했던 두 사람은 올 광주비엔날레에서 영상작품 ‘세상의 저편’으로 대상인 ‘눈예술상’을 받았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들과 함께 이수경, 김홍석, 임민욱 등 총 4팀이 참가한 국립현대미술관의 ‘2012 올해의 작가상’전은 전문가들이 뽑은 ‘2012 최고의 전시’에 선정(월간 ‘아트인컬처’조사)되기도 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의 ‘덕수궁 프로젝트’, 삼성미술관의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Double’전 등 주요 미술관과 몇몇 화랑의 주요 전시를 제외하곤 참신하고 괄목할 만한 전시는 찾아보기 힘든 한 해였다. 


▶비엔날레 홍수=‘한국은 비엔날레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자체마다 비엔날레(격년제 현대미술제)가 봇물을 이뤘다. 9월 초 광주비엔날레를 필두로 대구, 부산, 대전, 서울 등 전국의 대도시들이 11월까지 각종 비엔날레를 일제히 열었다.

그러나 전국의 지자체마다 ‘구색 맞추기’처럼 개최하는 비엔날레에 대해 정확한 좌표 설정과 중간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지방자치제가 처음 시행된 1995년 광주비엔날레가 첫선을 보인 이래 전국의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열고 있는 비엔날레는 막대한 예산(짝수해인 올해의 경우 5개 비엔날레 총예산 약200억원, 홀수해 비엔날레는 별도)에 비해 문화적 파급력과 의미는 당초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잇따른 스캔들과 사고=작년에 이어 올해도 쉴 새 없이 터진 크고 작은 사건들로 미술계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부실 저축은행들이 미술품을 비자금 조성의 도구로 활용한 사실이 밝혀지며 미술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특히 지난 6월 거액의 불법대출 및 개인비리를 저지른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고가의 미술품을 로비와 담보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미술에 드리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부채질했다.

미술품이 비리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에 반대하는 범 미술계의 주장은 적잖이 힘을 잃은 상태다. 그러나 미술품 양도세 폐지를 촉구하는 미술계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표미선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각종 비리 사건과 양도세 부과문제는 별개로 봐야 할 사안이다. 미술은 창의력이 화두가 되는 21세기에 더욱 육성하고, 장려해야 할 장르다. 또 미술품 거래 시 화랑과 작가는 이미 세금을 내고 있다. 여기에 양도소득에 대해 종합과세가 부과될 경우 가뜩이나 침체된 미술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작가들의 활동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양도소득세 부과안을 보완할 대체입법을 제안하고 나섰다.

한편 지난 8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ULL) 신축 공사현장(옛 기무사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장 근무자 등 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써 내년 말 개관은 불투명해졌다.


▶꽁꽁 얼어붙은 미술시장=해외 경매시장에서는 노르웨이 작가 뭉크의 회화 ‘절규’가 역대 미술품 경매 중 최고가를 경신(1363억원)했으며, 중국 작가 장다첸(張大千)과 치바이스(齊白石) 작품의 낙찰총액은 피카소를 앞지르며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로도 서양및 중국의 근대 미술품은 세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한국 미술시장은 일년 내내 침체를 거듭했다. 이우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점으로부터’(1977)가 서울옥션이 홍콩에서 개최한 11월 경매에서 21억3000만원(수수료 별도, 수수료 포함시 약24억원)에 낙찰되며 해외에서 거래된 한국작가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 작품은 3점이 연작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낙찰가가 아쉽게도 기대에 못미쳤다’는 분석이 많았다.

불황기에 경매로 작품 위탁및 거래가 몰리면서 화랑에서의 작품 거래는 더욱 뜸해졌다. 화랑주들은 “올 들어 고객의 발길이 거의 끊겨 규모가 큰 전시는 개최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더구나 내년에는 국내외 경기 침체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자 화랑들은 연말을 기점으로 전시장 축소및 인력 조정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결국 대형 전시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미술계는 내년에도 우울한 기상도가 점쳐지고 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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