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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망각과 기억 사이
망각의 연구에서 독보적인 독일의 철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뇌는 입력되는 정보가 많으면 모두 중요하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45~50분마다 5~10분씩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망각이란 뇌 스스로 의식의 문과 창을 일시적으로 닫는 행위다. 새로운 것에 자리를 내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사실 뇌의 이런 자발적인 활동이 없다면 너무 많은 중요한 기억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에 데인 아픔이 계속되며 긴장과 떨림이 지속된다는 건 정상이 아니다. 그러니 망각은 일종의 능력이라 할 만하다.

망각이 학습과 만나면 적이 된다. 에빙하우스는 학습 후 10분 후부터 망각이 진행돼 1시간 뒤에는 50%가, 하루 뒤에는 70%가, 한 달 뒤에는 80%를 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학습에 필요한 것은 스스로 저 밑으로 가라앉으려는 것들을 다시 끌어올려 반복적으로 되내며 의식표면에 붙잡아 두는 일이다.


올해 문화코드 중 하나가 복고다. 그중에서도 90년대 파워가 두드러졌다. 영화 ‘건축학개론’부터 드라마 ‘응답하라 1997’까지 90년대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분위기가 익어 드라마와 영화가 발화한 것인지, 영화와 드라마가 그 시절 기억의 창고를 열어제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그런 자극으로 과거의 기억에 빠져들면 그 기억이 좋았든 그렇지 않든 그리움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그리움은 안정을 추구하는 심리적 기전이고 보면, 복고란 결국 불안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인 셈이다. 그렇다면 영화 ’26년’과 ’남영동1985’은 어떤가. 상처에 딱지가 앉지 않는 당사자들은 망각의 능력을 상실한 이들이다. 상처가 생생해 늘 아프다. 철학자 니체는 이들을 비루한 자라고 말한다. 반면 강한 자들은 잊고 또 잊는다. 사소하게 생각하니까 또 행복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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