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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 내서 빚 갚는’ 대한민국…소득으로 빚 못 갚아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빚을 못 갚는 가계가 늘고 있다. 결국 빚을 내 다시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4개월(7~10월)간 은행권에서 취급된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27.4%가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담보대출자 4명 중 1명 꼴이다. 금액으로 보면 총 주택담보대출금 43조6000억원 중 11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적격대출 등 저금리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기존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대환대출 수요가 증가한데 기인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계자금이 부족해 주택담보대출을 전용하고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주택담보대출금을 주택 구입에 쓰는 비중은 41.0%에 불과했다. 기존 차입금 상환자금(27.4%)을 포함해 생계자금 11.3%, 전ㆍ월세 등 주택임차 3.6%, 사업자금 2.4%, 기타 12.1% 등 56.8%는 소득으로 메워야 할 돈을 빚(주택담보대출)으로 메웠다.

주택담보대출을 다른용도로 쓴 금액이 1조원 미만이어서 통계에 잡지않은 학자금, 전세자금 반환금 등을 포함하면 이 금액은 더 늘어난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득 창출 능력이 떨어지면서 신용대출은 물론 주택담보대출로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교육비, 식품비, 대출 원리금(원금+이자) 등은 줄지 않아 서민들의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늘지 않아 대출을 받게 되고, 빚을 갚다보니 써야될 돈은 줄어 또다시 대출을 받는 ‘빚 돌려막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소득이 줄다보니 저축할 여유가 없어 금융자산으로도 빚을 갚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44.5%로, 미국 25.4%, 영국 33.6%, 독일 32.0%, 일본 23.7% 등에 비해 높다. 우리나라 가계가 예ㆍ적금으로 100만원을 갖고 있다면 갚아야할 빚이 44만5000원이라는 의미다.

또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자산 배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이는 연 소득과 비교해 금융자산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는 뜻으로, 우리나라는 3.5배, 미국 4.4배, 영국 4.2배, 일본 5.4배 등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금융자산 축적이 저조하다”면서 “상대적으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이 높아 불황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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