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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ㆍ일 관계 악화가 日 위기, 韓 기회?
요즘 중국에서 생활하는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이오?” 또는 “일본 사람이오? 아니면 한국 사람이오?”이다. 택시를 탈 때도 일본인은 안태운다고 말한다. 택시를 탔던 한 주재원은 운전사로부터 일본 사람으로 오해받아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아무리 한국 사람이라고 이야기해도 일본사람이 거짓말 하는 것으로 여겼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베이징에 여행을 갔던 주재원은 관광지에서 자녀가 배탈이 나자 급히 중국 사람들에게 화장실의 위치를 물었다. 이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질문 역시 “어느 나라 사람이오?” 이다. 한국 사람이라고 다급히 대답하고 나서야 중국 사람들로부터 화장실의 위치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중일 관계 악화로 일본 사람과 외모가 비슷한 한국인들만 불편을 겪는 것이 아니다. 중국 캉후이여행집단(康辉旅游集团)은 전국 220개 회사, 5500개 지점에서 일본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일본 단체 여행을 중지를 결정했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본상품 불매운동도 거세게 일었고 일본의 대표적 상품인 자동차 판매량도 급감했다. 이미 일본 자동차를 소유한 중국인은 자동차에 ‘운전자는 중국인’, ‘조어도는 중국 땅’이라는 표어를 붙이거나 중국 국기를 부착하지 않으면 불안한 지경이다. 중일 관계 악화로 중국 사람들도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일본 민간 조사기관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1만개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가 중일 외교 갈등으로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30%가 중국 시장의 매력이 반감되었다고 답했다. 한편 35%의 기업은 중국이 생산 거점으로서의 매력도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사업 축소 내지 철수를 검토하는 기업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역으로 중국 사람들의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한국 상품은 뜨고 일본 상품은 판매부진 현상도 나타난다. 중국 2위 온라인 쇼핑몰인 경동상성(京東商城)은 한일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한일관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데, 중국 소비자의 심리를 반영해 일본 상품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한국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중국북방도시 다롄도 중일관계 악화의 영향을 받았다. 다롄은 40년간 일본의 식민통치 영향으로 일본 문화의 영향이 많은 도시이다. 그러나 중일관계 악화로 이곳에서 진행되어온 중일 협력 사업이 대거 취소되거나 중단됐다. 중국 다롄 CCPIT(中國國際貿易促進委員會, 약칭 貿促會) 관계자에 따르면 매년 일본과 공동 개최하던 전시회와 상담회 등 모든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중지됐다.

그러나 이러한 한중 경제 협력은 중일 관계 악화를 이용하여 일본의 기회를 빼앗고자하는 얄팍한 계산은 아니다. 한중 경제 협력은 양국이 원하는 방향이며 추후 중일 관계가 정상화 되면 한중 관계를 기반으로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여 한중일 공동 전시회 개최 등 3국 공동 경제 협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일본의 전화위복은 물론 한중일 3국이 윈윈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중일 관계 악화가 어느 한 국가에 국한하여 위기 또는 기회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위에서 보듯 3국 국민에게 다소간 불편한 상황을 초래했다. 위기는 기회의 가면을 쓰고 온다고 했던가? 중일 관계 악화가 오히려 기회가 되어 중일 관계가 정상화되고 3국 공동이 긴밀한 경제협력을 통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동북아시대가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최현진 코트라 다롄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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