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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리보금리조작 16개 은행 공모…천문학적 ‘부당 이익’ 의혹
세계 경제를 뒤흔든 스캔들
16개 은행만 은밀히 정보공유…924조달러 주물러
방화벽 없이 소수 이해 관계자 부당 거래 아직도 수사중

6년연속 혁신기업선정 ‘엔론’ 장부조작 통해 M&A 실패 은폐
재무제표 분식 적발 스킬링 CEO, 19개 죄목으로 24년형 복역중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다. 불빛은 가장 유능한 경찰이다.”

루이스 브랜다이스 미국 연방대법관은 이미 100여 년 전 투명한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정보의 흐름은 강과 같다. 고이면 썩는다. 금리조작, 회계부정 등으로 투자자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나아가 세계경제의 건전성을 해친 사건들은 이처럼 소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정보를 독식한 나머지 도덕적 해이에 빠졌을 때 생겨났다.

▶16개 은행이 924조달러를 좌지우지했다…리보(LIBORㆍ런던은행 간 금리)스캔들=지난 6월 27일 자산 규모로 영국에서 세 번째로 큰 바클레이즈 은행의 주가가 10%이상 빠졌다. 리보를 조작한 혐의로 4억5000만달러 벌금을 물게 됐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리보는 런던 금융시장에서 한 은행이 다른 은행으로부터 무담보로 1년 이하 단기자금을 조달할 때 지불하는 이자율이다.

리보는 2011년 기준 전 세계 10조달러에 이르는 대출상품, 350조달러 규모의 이자율 스와프 상품, 그리고 564조달러에 달하는 금리선물의 가치를 매기기 위한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상업대출 및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의 90%가 리보와 연계돼 있다.

그러나 리보 결정이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에 비해 이를 다루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영국은행협회는 1986년부터 매 영업일 오전 11시(현지시간)에 리보를 발표해 왔다.

여기에 참여하는 ‘대형 우량은행’들은 6개월마다 평가를 거쳐 엄선돼 왔다. 이들은 적게는 8개, 많아야 16개에 불과했다. 바클레이즈 은행도 이 중 하나였다.

더 큰 문제는 리보를 발표하는 담당자와 은행의 일선 딜러들 간에 당연히 존재해야 할 ‘방화벽’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은행의 딜러들은 리보 발표 담당자와 전화통화, e메일, 메시지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정보를 주고 받았다.

또 2005년부터 약 4년간 173회에 걸쳐 “리보를 조정해 달라”는 e메일을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바클레이즈 은행이 리보를 조작한 주된 이유는 금리관련 거래에서 부당이익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공모’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글로벌 대형은행은 현재 16개에 이른다. 미국 법무부가 중심이 돼 수사 중인 이번 스캔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철저히 차단된 내부정보…엔론 스캔들=엔론은 전기, 천연가스, 펄프ㆍ제지, 통신사업 부문에서 앞서나가는 세계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2001년 후반 파산하기 직전 종업원 수는 약 2만2000명에 달했다.

엔론은 미국 7대 기업 가운데 하나로 인식돼 왔다.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엔론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3월 포천의 한 기자가 엔론의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계기로 무분별한 기업인수ㆍ합병으로 위기에 처했던 이 회사의 치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엔론의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태와 관련된 증언과 자료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엔론이 정확히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고 평했다. 

제프 스킬링 엔론 최고경영자(CEO)는 주식거래에서 발생한 자본수익을 밝히지 않았다. 외부인사의 평가도 거부했다. 앤디 패스토우 엔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01년 2월 “지난 5년간 엔론은 20분기 연속 수익증가를 보였다”고 말했지만 엔론의 영업 마진은 2000년 초 약 5%에서 1년 만에 2%이하로 급락한 상태였다. 엔론 고위간부가 ‘관련회사’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별도 장부를 만들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엔론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결국 2001년 11월, 엔론이 지난 약 5년간 수익을 고쳐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가 발견됐다. 장부조작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01년 12월 2일 엔론은 파산을 선언했다. 스킬링 CEO는 내부자거래, 증권사기, 공모 등 19가지 죄목으로 24년 형을 선고 받았다.

윤현종 기자/fa 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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