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의 유업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앤디워홀재단(Andy Warhol Foundation)은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와 손잡고 재단이 보유해온 작품을 모두 처분키로 했다. 작품 판매로 조달될 약 1억달러(한화 약 1083억원)의 자금은 새로운 시각예술에 종사하는 작가를 후원하는 데 쓰인다.
이 장기 프로젝트의 총책을 맡은 존 굿(Jhon Good)) 크리스티 인터내셔널 현대미술 부문(戰後및 동시대 미술 파트) 수석부사장을 헤럴드경제가 지난달 말 홍콩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워홀 재단이 크리스티를 통해 판매할 2만점은 어떤 작품인가.
▶장르가 매우 다양하다. 작가 타계 후 재단이 25년간 보유해온 것으로, 350점의 회화와 1000여점의 판화, 수천여점에 달하는 스케치소품, 실크스크린 인쇄화, 사진, 콜라주 등이다. 가격대도 낮게는 4000달러짜리 사진(유니크 피스)에서부터 100만달러대 본격적인 페인팅까지 그 폭이 넓다.
-일각에선 재단이 마지막까지 보유하고 있는 작품 중엔 양질의 작품이 별로 없을 거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 점당 2000만~5000만달러를 호가하는 1960년대 최고 대표작(페인팅)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훌륭하고 귀한 작품이 적지 않다. 대부분 미공개작이다. 작품이 신통치 않았다면 이를 확보하기 위해 뉴욕의 유명 딜러와 미술관이 나섰겠는가. 적잖은 관계자들이 이들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재단과 접촉을 벌인 것으로 안다. 그리고 워홀 재단은 국제적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갖춘 크리스티를 파트너로 최종 낙점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재단의 보증서가 첨부(앞으로 워홀재단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보증을 하지않기로 했다)되며, 그 소장경로(provenance)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믿고 거래할 수 있다. 이 점이 이번 작품들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워홀 오리지날 작품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란 점에서 초보자들 또한 관심을 가져볼만할 기회일 것이다.
-크리스티가 워홀 작품을 일제히 소화하면 미술시장에 일대 혼란을 일으킬 거라는 비판도 있다. (크리스티는 1차적으로 지난 11월12일 뉴욕 경매에서 워홀 재단 보유작품 360점(페인팅,판화,사진,드로잉 포함)을 팔았는데 92%의 낙찰률을 기록하며 낙찰총액 1701만7050달러(약 184억원,총낙찰작품 331점)를 기록했다. 화려한 색채의 ‘나비’ 페인팅(152X152cm,1983년작)은 125만8500달러(약 13억6300만원)에 팔렸다. 재키의 얼굴을 담은 ‘재키’(54X52cm,1968년작)는 추정가가 20만~30만달러였는데 62만6000달러에 팔렸다.)
▶우리는 미술품 유통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집단이다. 미술시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탄력적으로 워홀 작품을 판매할 것이다. 아울러 판매방법도 경매, 프라이빗 세일, 온라인 경매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판매할 것이다.
-워홀 작품이 2만여점이나 쏟아져 나오는데 가격 하락이 없을 것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워홀재단이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작품은 유화, 사진, 프린트, 드로잉 등 다양한 가격대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많은 수가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이어서 기존 시장에 끼치는 여파는 생각보다 작을 것이다. 워홀의 작품을 원하는 수집가는 잠재적 수집가까지 포함한다면 전세계적으로 엄청날 것이다. 이번 작품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중친화적인 작품이어서 새로운 고객을 뚫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작품은 어느 정도 기간을 갖고 판매되는가.
▶최소 3~5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에 걸쳐 판매가 이뤄질 것이다. 일반 미술애호가가 큰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작품(실크스크린 인쇄화, 사진, 스케치소품 등)은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첫 온라인 경매가 시행되는데 스케줄은 크리스티 웹사이트(www.Christies.com/warhol)를 통해 고지될 것이다. 온라인경매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참여할 수 있다.
-작품 판매대금은 재단을 통해 젊은 작가에게 지원된다고 들었다.
▶그것이 워홀의 유지다. 그 자신 혁신적 아티스트였던 워홀은 자신의 전재산이 새로운 비주얼아트(visual art)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해 쓰여지길 원했다. 이에 재단은 지금까지 약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710억원)를 비주얼 아트(visual art) 부문에 지원했다. 올해의 경우는 모두 1300만달러(141억원)가 후원됐다. (참고로 워홀 재단은 1987년 설립된 이래, 고인의 유업을 받들어 비주얼아트(visual art) 발전에 힘쓰는 작가및 단체를 후원해오고 있다. 또 워홀의 전 작품을 수록한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é:전작도록) 출간작업도 펼치고 있다).
-이번 크리스티 홍콩의 11월 경매에서는 ‘앤디 워홀 프라이빗 세일’이란 이름으로 작품이 특별부스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이 전시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어땠는가.
▶회화, 드로잉, 사진, 판화, 종이작업 등 다양한 작품을 특별전을 통해 판매했다. 홍콩 및 아시아 고객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작품을 구매했다. 어떤 고객은 워홀 사진작품이 4000달러라고 하자 ‘진품 맞느냐’고 묻더라. 너무 싸니까 혹시나 하고 의심하는 거다. 물론 크기가 작은 사진이지만 워홀이 직접 찍은 유니크 피스(유일본)이니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사진이다. 이같은 사진(할리우드 스타와 유명인사 등을 찍은 폴라로이드사진 등)을 기반으로 워홀의 페인팅이 제작됐으니 그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앞으로 전개될 크리스티의 온라인 경매 등 특별이벤트는 그동안 워홀 작품이 경매에서 몇백만, 몇천만달러에 팔렸느니하는 뉴스만 접했던 이들에게 ‘나도 워홀 작품을 살 수 있겠구나’하는 꿈을 꾸게 할 것이다.
-이제 막 미술품 수집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초보자도 ‘워홀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워홀의 대중친화적인 작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될 것이다. 온라인 경매에 나오는 작품들은 가격대도 매우 저렴해 일반 샐러리맨이며 초보 컬렉터도 도전해볼 만하다. 워홀 작품은 이제 어떤 컬렉터도 살 수 있다. 그리고 아트 컬렉터라면 워홀 작품 한점쯤은 꼭 보유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일반 대중에겐 워홀이 대중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시각예술의 혁명적 변화를 주도한 작가로만 다가온다.
▶그를 빼놓고는 미국 현대미술과 세계 팝아트를 논할 수 없다. 워홀은 온갖 미술실험을 끝없이 펼쳤고, 영화도 자그만치 280편이나 만들었다. 워홀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작가다. 마치 화수분 같다고나 할까. 이번에 워홀 재단과 함께 재단이 보유한 2만여점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그 같은 사실을 다시한번 절감했다. 정말 놀라운 작가다.
-워홀 작품의 가치가 각별한 까닭은.
▶오늘날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작가는 모두 워홀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며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 심지어 중국의 현대미술가들조차도 워홀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세계현대미술의 중심에 워홀이 우뚝 서있으니 가치가 특별할 밖에.
-당신은 지난 34년간 현대미술품을 다뤄왔다. 혹시 워홀 작품을 갖고 있나?( 존 굿 부사장은 1979년 캘리포니아의 UC Santa Cruz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뉴욕의 레오 카스텔리, 가고시안 화랑 등에서 근무하며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에드 루샤, 재스퍼 존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작품을 취급해왔다. 한때 그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랑도 운영했으며, 올들어 크리스티 현대미술 파트에 부임했다).
▶화랑 직원으로 일하던 초창기, 워홀의 1960년대 페인팅을 저렴한 값에 산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오래 전 지인에게 그 작품을 건네는 바람에 지금 내 수중엔 없다. 아마도 백억원대를 호가할 것이다. 나 역시 이번에 워홀의 못 보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마음이 많이 설렌다.
-한국의 컬렉터에게 워홀의 어떤 작품을 권하고 싶은가.
▶만약 경제적으로 여건이 된다면 20만달러 안팎의 페인팅을 사는 게 보다 더 유리하겠다. 상승폭이 더 클 것이다. 일반 고객에게는 2만~3만달러대의 워홀 드로잉에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워홀은 드로잉 작품에서도 빼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그의 선은 참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그런데 워홀 드로잉은 아직 시장에서 저평가돼 가격대가 대체로 낮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드로잉 또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로서 초보 컬렉터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어보는 사항이다. 다섯가지로 압축해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작품(이미지)을 사랑해야 한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작가가 유명하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골라 사랑하고, 음미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신뢰할 수 있는 딜러(시장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작품을 되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적절한 가격에 작품을 사야 한다. 네째(이점이 가장 중요한데) 자신의 예산 내에선 최고의 작품을 사는 게 중요하다. 어정쩡한 작품 두세 점보다는 확실한 작품 한 점이 훨씬 장래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예작가와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고루 보유하라고 말하고 싶다. 한쪽으로 쏠리는 것 보다는 양 축을 균형있게 오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크리스티 경매. 02)720-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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