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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신잔당 vs 친노폐족…朴·文“너를 내 프레임에 가둔다”
“문재인은 실패한 폐족정권 실세.”(박근혜 대전역 유세)
“박근혜는 유신독재 잔당.”(문재인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유세)
18대 대통령선거 공식운동 첫날부터 ‘프레임 전쟁’ 포성이 울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상대방을 ‘프레임’ 속으로 옭아매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셈법이 프레임 전쟁의 본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박 후보는 대선시계를 2007년으로 거꾸로 되돌리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해 참여정부 시절의 실정을 끄집어내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대선판을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대전역 유세에서 “야당 후보는 스스로를 폐족이라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라고 문 후보를 몰아붙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정권을 잡자마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 사학법을 개정하겠다는 이념투쟁을 벌였다”고도 비판했다.
‘정치 과잉’으로 인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렀던 노 전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시키며 문 후보를 ‘노무현 시즌 2’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박 후보가 이처럼 ‘노무현’ 소환작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문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친노(親盧)’를 집중 부각시키기 위한 전초전으로 읽혀진다.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은 진영마다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는 하지만, 보수층뿐 아니라 투표 비중이 높아진 50대 이상에게는 나쁘지 않은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박 후보는 ‘노무현’ 소환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노 속에 갇힌 문 후보도 결국은 민생은 뒤로 제쳐놓고 ‘이념투쟁’에만 몰두할 것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박 후보가 “지난 정권에서 서민을 위했던 정책 하나라도 기억나는 게 있느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생보다 이념투쟁’이라는 문 후보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자신은 우선 민생을 챙길 수 있는 적격자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이는 또 문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서민 대 귀족’ 프레임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로도 보여진다.
반면 문 후보는 박 후보의 과거사와 역사 인식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여기엔 ‘민주 대 독재’ 프레임 속에 박 후보를 가둬놓아 진보와 중도진보층의 표심의 응집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면서 박 후보가 쳐놓은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를 깨는 데도 전선을 집중하고 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이 28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번 선거는 2012년 선거이지 2007년 선거가 아니다”며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는 바른 구도가 아니고, 이명박정권 심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세력과 과거 세력의 싸움”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후보는 지난 27일 부산 시외버스터미널 유세에서 “5ㆍ16 군사쿠데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는 박 후보가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한 역사인식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박 후보를 ‘독재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문 후보 자신은 자연스럽게 ‘민주세력’으로 각인되는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자신의 ‘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상대인 박 후보에게 ‘귀족’이라는 이미지를 씌우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게 문 후보 측의 판단이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문 후보의 TV 광고는 문 후보가 원고를 읽다가 소파에서 잠든 모습을 비춘다. ‘이웃집 아저씨’이자 ‘서민’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문 후보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를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 목적에서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안는 동시에 ‘안철수현상’으로 표출된 국민의 ‘새 정치 기대감’을 돋우며 상대 박 후보를 ‘구정치’의 표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진심과 눈물, 그 심정을 결코 잊지 않겠다. 그 눈물은 내 눈물이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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