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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령’들의 대선’…‘박정희 vs 노무현’만 있다
르 피가로 “독재자의 딸 박근혜”
NYT “노무현의 협력자 문재인”
한국대선 바라보는 외신도 싸늘

朴·文캠프 선거전략 ‘과거’ 천착
미래지향적 단어는 연설서 실종
“정책검증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박정희 vs 노무현’

18대 대선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물론 유권자들이 우려했던 대결구도다. ‘박정희-노무현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과거 전쟁’일 뿐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경고음이 울리는 세계적 경제불황과 동북아 화약고의 한가운데서 균형을 잡아가야 할 대한민국의 리더를 뽑는 선거에서 정책과 미래비전은 실종되고 있다. 경제위기 해결, 동북아 균형외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같은 ‘미래지향적’ 단어는 어느 후보의 연설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8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는 미래 가치를 놓고 경쟁해야 하지만 방향성은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현재 진보 대 보수 구도 역시 과거로부터 비롯된 진보 대 보수”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과거가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대선구도를 “정상이 아닌 상황”이라면서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 대선을 바라보는 외국 언론의 평가도 시니컬하다. CNN은 ‘전 대통령의 딸(daughter of former president)’로, 프랑스의 르피가로는 ‘과거 독재자 대통령의 딸(la fille d‘un ancien président-dictateur)’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설명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9월 한국 대선 관련 기사에서 “한국인들의 선택은 죽은 지 33년 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해서도 역시 ‘노무현의 협력자(ally of former president Roh Moo-hyun)’(뉴욕타임스), ‘노무현 정권 탄생 후 최측근으로 요직을 역임한 콤비’(요미우리)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양 진영이 과거타령만 하면서, 외국인의 눈에도 한국은 미래가 보이지 않고 과거만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후보들이 자초했다. “폐족 정권의 실세, 말 바꾸고 책임 안 지는 정치세력”이라며 문 후보를 공격하는 박 후보의 가시 돋친 말, “유신독재의 잔재로 5ㆍ16 군사쿠데타를 미화할 것”이라는 박 후보를 향한 문 후보의 낙인찍기는 이번 선거를 대하는 후보들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각 당의 선거 전략도 마찬가지다. 상대 진영을 ‘수권 세력과 불안한 세력의 대결’ ‘민주주의와 독재정권의 경쟁’ 구도로 물아넣기 위해 혈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후보와 거대 정당들의 과거 전쟁은 새 정치를 갈망하던 유권자들까지 혼돈스럽게 하고 있다. 포털사이트가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대선 관련 이슈에는 항상 ‘박정희’와 ‘노무현’이 빠지지 않는다. ‘정수장학회’ ‘NLL(서해북방한계선)’ 같은 과거에 기반한 단어들이 때에 따라서는 핵심 이슈 한가운데에 위치하기도 한다. 최근 SNS 이용자들을 술렁이게 만들었던 연예인들의 특정 후보 지지, 또는 반대 발언들 역시 ‘과거’와 연관된 것들이었다.

반면 공약, 정치쇄신, TV토론, 유세현장 같은 단어들은 자칭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는 SNS 이용자들의 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후보 간 차별성을 가져올 정책을 만들 능력이 없다 보니 치열한 검증도 없는 것”이라며 “대신 (과거에 대한) 네거티브와 포퓰리즘만 남았다”고 한탄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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