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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페이즈망 기법 통해 드러난 ‘시간의 도도한 흐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곧게 뻗은 나뭇가지에 앵무새 한 마리가 앉았다. 붉게 물든 나뭇잎은 깊어가는 계절을 말해준다. 아, 그런데 이 것은 벽지란 말인가? 가운데 부분이 심하게 찢겨져 있다.

이 기묘한 그림은 중견화가 이정태의 작품 이다. 이정태는 평범한 대상을 낯설게 표현하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통해 시간의 도도한 흐름을 그린다. 피었다가 시들어가는 꽃, 나뭇가지의 흔들림에 반응하는 새, 광야를 달리는 말(馬) 등의 메타포를 통해 작가는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공기처럼 실체가 없지만 만물을 지배하는 시간을 작가는 새가 있었던 공간의 흔적, 각기 다르게 존재하고 작용되는 시간을 통해 우리 앞에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이질적이고 낯선 공간에 모호한 상황을 배치해 현실공간과의 차이를 구현하고, 종이를 찢어 붙이거나 뚫린 듯한 일루젼을 그려넣어 현실 공간의 재현과 거리를 두었다"라고. 그의 기묘한 그림은 내달 4~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브갤러리(관장 제정자)에서 열리는 작가의 16번째 개인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작가는 환상적인 말 그림을 포함해 33점의 신작을 소개한다. ‘오래된 것-흘러간 시간의 흔적’, ‘노동-수고’, ‘원죄의 대가’, ‘거룩한 변모-시간의 흐름’, ‘하루-세계는 늙어간다.’ ‘세계의 기원’, ‘영원한 말씀’ 등 6가지 소주제로 구성된 전시 출품작들은 오랜 사유와 성찰 끝에 탄생한 것들로, 작가의 남다른 회화적 감각을 보여준다.


이정태 작가는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와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중국 길림예술대학 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핀란드 한국 대사관, 브라질 한국 대사관, 볼리비아 한국 대사관, 수원교구 풍산성당, 부산 한국순교자박물관, 서울 절두산 성지박물관, 중국 길림 예술대학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사진제공=이브갤러리. (02)540-5695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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