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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최진성> 유명무실한 청년 채무상환유예제

청년층의 대출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대학생 및 미취업 청년 채무상환유예제도’가 헛돌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말 서민금융지원 강화의 일환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이 제도를 밀어넣었지만 실적은 9개월간 1건에 불과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신청자격을 내거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제도를 만든 탓에 적용대상을 찾을 수 없다.

청년층 채무상환유예제도는 캠코의 신용회복기금으로 넘어온 부실채권의 채무자이면서 대학생이거나 29세 미만 미취업자만 채무재조정 약정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대학생은 신청일부터 졸업 시까지, 미취업자는 6개월 단위로 2년까지 채무상환을 연장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으로 취업이나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이 주요 타깃이다.

문제는 신용회복기금이 떠안은 채권이 ‘5년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라는 점이다. 대학생 때 돈을 빌렸더라도 신용회복기금으로 넘어올 때는 더이상 대학생이 아니어서 이 제도를 신청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은행이 부실채권을 빨리 신용회복기금으로 넘기지 않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은행을 탓할 수도 없다. 은행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부실채권을 최대한 비싸게 내다팔아야 한다. 그래서 경쟁입찰로 매각이 가능한 민간 부실채권회수기관을 이용한다.

신용회복기금의 경우 수의계약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결국 부실채권은 돌고 돌아 맨 마지막에 신용회복기금으로 넘어온다. 신용회복기금이 보유한 부실채권의 연식이 오래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청년층 채무상환유예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 제도를 은행권으로 확대해야 하지만 전적으로 은행권의 희생이 따른다. 가령 대학생에게 빌려준 돈이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바뀌면 곧바로 채무상환을 유예해주는 식인데, 은행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손실을 만회하지도 못할 판에 수개월 또는 수년간 원리금은 물론 연체이자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의 ‘착한 금융’을 강요하기 전에 제대로 된 서민금융지원제도를 만드는 게 금융당국이 할 일이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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