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 최정호> 70만표 때문에 1500만 발목 잡다니…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

초등학생이 배우는 ‘정치’의 정의다. 택시와 버스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툼을 벌인다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라는 뜻이다.

일단 한숨은 돌렸다. 버스가 파업 시작 2시간 만에 ‘잠정 유보’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관계자도, 정부도, 또 각 지자체장도 나름 뛰었으니 정치가 제 몫을 한 셈이라고 자위할 만하다.

그런데 진짜 제 몫을 다한 것일까. 파업 불씨는 그대로다. 버스업계는 국회 본회의에서 소위 ‘택시법’이 통과되면 다시 무기한 운행중단에 나서겠다고 계속 으름장이다. 아직도 제 몫은 다 못했다.

정치인도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부랴부랴 회의하고, 이해당사자를 만나고 있다. ‘택시법’이 상정될 본회의가 열린 22일 국회는 이른 아침부터 여야 원내대표대로, 또 해당 상임위별로 분주했다.

진작 잘했으면 2시간의 파업도, 계속되는 으름장도 막을 수 있었을텐데.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장에서는 해당 업계, 정부 관계자가 회의 시작 전부터 모여 ‘법안 심사 연기’나 ‘보완대책 요구’ 등을 기대했지만 결국 ‘택시법’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업계 의견수렴이 미흡했다는 지적 따위는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한 것은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덮었다. 언제부터 법사위가 올라온 법안을 그렇게 잘 처리해줬는지….

더 큰 문제는 ‘큰 정치’를 하겠다며 나선 대선후보다. 본인들이 만든 문제인데 그로 인한 갈등 해소에는 무관심이다. 파업이 현실화한 이날 오전까지 버스 차고지를 찾아가는 설득도, 그 흔한 호소문이나 담화문도 없다. 아직도 70만명의 택시기사와 30만명의 버스기사 사이에서 표 계산에만 바쁜 듯하다.

큰 정치를 하겠다는 대선후보, 그리고 새 정치를 하겠다며 배지를 단 국회의원 모두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이라는 정치의 사전적 정의를 되새겨보길 바란다.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