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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安 측, ‘14시간’ 마라톤 협상 동안 뭘 했을까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14시간 동안 똑같은 얘기만 반복해서 듣고 이제 들어갑니다.”

21일 박영선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박 의원의 이 트윗은 단일화 협상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 의원은 문재인 캠프 측 단일화 협상팀장을 맡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막판 극심한 진통을 거듭하는 중이다. 특히 전날 양측이 소득 없이 끝낸 마라톤 협상은 이번 협상의 문제점이 함축된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루한 공방만 오갔던 14시간을 돌아봤다.

협상은 전날 오전 9시 30분께 서울시내 모처에서 재개됐다.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조간신문에 보도된 ‘공론조사’ 논란이 발단이었다. 양측은 오전부터 ‘사과 요구’ ‘재발 방지’ ‘언론플레이’‘맏형 표현 그만하라’ 같은 표현을 써가며 서로에게 총질을 했다. 나흘이나 공전하던 단일화 협상이 18일 두 후보의 단독 회동을 통해 겨우 봉합된 사실을 양측은 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사태는 진정국면을 걸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잇따라 TV토론회에 출연하며 단일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다시 협상도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다. 오후에는 양측 TV토론 실무를 담당하는 신경민 미디어단장과 김윤재 변호사가 만나 토론장소와 시간, 방식 등을 합의했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였다. 문 캠프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원래 경쟁이라는 것은 막판에 오면 치열해진다. 언제 합의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지만, 양측 관계자들은 내심 이날 안에 극적인 타결을 기대했다.

그런데 오후 8시부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우 단장이 브리핑을 갖고 협상 경과를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문 후보측이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절충안 성격의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안 후보측이 원안을 고수하면서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는 내용이 알려진 것이다. 이에 안 후보측이 강력 반발하면서 협상이 또 중단됐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우 단장이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자의적으로 발표했다”며 ‘일단 정회’를 선언한 뒤 “협상할 생각이 없거나 협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매우 잘못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당초 오후 9시 속개될 예정이었던 회의는 공전했다. 우 단장의 협상 내용 공개와 관련, 양측에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도 신경전이 빚어졌다.

가까스로 오후 10시 30분께 양측은 안 후보측의 유감 표명이 있고나서야 협상은 재개됐다. 그러나 여전히 큰 입장차만 확인하고 11시30분께 논의는 중단됐다. 토론이 있는 당일 9시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의미있는 결과를 기다렸던 양 캠프 관계자와 기자들 그리고 단일화를 관심있게 지켜보던 국민들 모두 허탈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14시간 동안 벌였던 마라톤 협상의 소득은 ‘0’였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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