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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스 얀손스, 두 팔과 가슴으로 베토벤을 느끼다
[헤럴드 경제=문영규 기자]공연 전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곡은 지휘자에 의해 이미 완성된 상태다. 지휘자의 역할은 무대에 오르기까지 악단을 철저한 연습과 통솔에 의해 완벽한 하모니를 갖추고 관객들을 맞이하도록 완성하는 것이지만 무대 위에서 그들의 역량을 120% 끌어내는 것도 지휘자의 능력이다.

클래식 콘서트도 이미 완성된 오케스트라가 관객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쇼라면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연주와 마에스트로 마리스 얀손스의 지휘는 청각의 만족과 동시에 보는 즐거움도 함께 선사한 무대였다.

이틀 간의 내한공연을 모두 베토벤의 곡으로 준비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이 날 베토벤의 교향곡 2번으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잘 빠진 연미복에 미소띤 얼굴로 등장한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는 단원들과 함께 처음부터 홀 전체를 울리는 웅장한 선율로 시작했다. 그의 지휘동작은 다른 어떤 단원들보다 크고 역동적이었다.


그가 지휘하는 모습이 격렬해지면 동시에 현악 파트의 움직임도 격렬해졌고 가로세로 1m의 지휘자 단상 위에서 여기저기 움직이며 지휘하는 것이 단상이 좁아보일 정도였다.

현악의 격렬함으로 시작한 1악장은 2악장으로 넘어가며 가볍고 부드럽게 이어졌고 끝내 마지막 악장에선 베토벤의 무겁고 둔중함, 묵직함을 보여줬다.

1부 연주가 끝나고 객석의 여러 관객들은 여러차례 환호했고 마리스 얀손스는 객석에 여유있는 미소를 보내며 2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2부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얀손스가 지휘하는 모습은 군대를 지휘하는 모습과도 같아보였다. 칼을 들고 나온 장수처럼 왼손에 힘껏 지휘봉을 거꾸로 쥔 채 등장한 그는 연주 내내 허리 아래에서부터 머리 위까지 상하좌우로 지휘봉을 흔들며 격정적인 지휘를 보여줬다.


그가 때때로 왼손에 주먹을 불끈 쥐며 지휘하는 모습은 마치 홀 전체를 제압하려는 것과 같이 보였고 오케스트라는 잘 훈련된 군대와 같았다. 그를 따르는 단원들은 연주하는 모습마저 비슷해 보였고 일사불란했다.

1악장의 날렵함은 2악장에서 파도를 타는 듯한 부드러움으로 이어졌고 현의 선율을 두 손에 담아내려는 듯 지휘봉을 왼손에 바꿔 쥐어가며 연주를 이끌었다. 가볍고 발랄하게 시작한 3악장은 악단의 힘을 보여주려는 듯 점점 힘차게 이어갔고 얀손스는 4악장에서 가슴과 두 팔, 온몸으로 모든 악기소리를 안으려는 듯 양팔을 활짝 벌리며 지휘했다. 짧은 순간 그가 두 팔을 높이 치켜들었고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흥분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로 가득찼다. 무대의 ‘영웅’은 얀손스였다.


베토벤을 연주하는 독일 오케스트라의 정통성을 보여주려는 듯, 단원들 역시 세계적인 방송교향악단으로서의 면모와 진수를 그대로 보여줬다.

4번의 커튼 콜 끝에 이어진 앵콜 곡은 하이든의 현악 4중주 17번. 얀손스는 지휘봉을 왼손에 거꾸로 쥔 채 내내 미동도 없이 연주했고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몸이 한껏 움츠러드는 추운 날씨, 쌀쌀함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씨에도 가슴을 풀어헤치고픈 연주를 보여줬다. 

ygmoon@heraldcorp.com

[자료제공=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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