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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럭시 익스프레스 3집 발표ㆍ북미 투어 다큐 영화 개봉 “좋아하는 모든 것 담았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난 봄 북미 투어를 마친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3번째 앨범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를 오는 26일 발표한다. 앨범 발표에 앞서 22일 밴드의 북미 투어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이하 ‘와일드 데이즈’)가 개봉된다. 새 앨범과 영화를 ‘일타쌍피’로 홍보하기 위한 쇼케이스가 20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엔 멤버 이주현(베이스ㆍ보컬), 박종현(기타ㆍ보컬), 김희권(드럼)이 참석했다. 인디 밴드인 이들은 국내 어떤 메이저 대형 아티스트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북미 투어, 그것도 3주에 걸친 19회의 로컬 투어(지역 소도시를 도는 공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들의 태도는 쇼케이스 내내 자신감 넘치고 유쾌했다. 그러나 이들의 여유롭고 솔직한 태도 속엔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들이 보이기 쉬운 자만이 없었다. 서로를 ‘바보’, ‘멍청이’라고 놀리며 키득거리는 이들의 태도를 바라보며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의 구절이 떠올랐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즐기는 사람이 ‘갑’이다.


▶ 시작은 ‘무모’했으나, 끝은 ‘로킹’했노라= 쇼케이스 시작과 동시에 영화 ‘와일드 데이즈’를 25분 분량으로 축약한 영상이 먼저 공개됐다. 이 영화는 올해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출품돼 관객상을 수상한데 이어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와일드 데이즈’는 인디 씬에선 어느 정도 이름을 얻었지만 인기 가요 프로그램에선 진행자가 밴드의 이름을 휴대폰 이름(갤럭시S)과 헷갈려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좌충우돌 북미 투어 과정을 담고 있다. 2010년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1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으로 장편 데뷔했던 백승화 감독이 재차 메가폰을 잡으며 밴드와 동고동락했다.


영화는 3명의 관객 앞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밴드가 캠핑카를 타고 북미 소도시를 돌아다니며 피자가게, 카페 등 일상 공간에서 나이-인종-국경의 벽을 허물고 음악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그린다. 공연 장소 중엔 심지어 레즈비언 바, 비치발리볼 경기장도 있었다. 수천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공연을 펼치는 개갈 나는 장면은 없지만, 대를 이어 클럽을 운영하고 함께 록을 연주하는 모습 등 현지와 밀착한 영상이 실감나고 즐겁다. 열정적으로 공연을 이어갔던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인디록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여해 뉴욕타임즈 선정 ‘SXSW 하이라이트’ 10개 팀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희권은 “미국 밴드들은 모두다 실력이 좋을 줄 알았는데 한국 밴드들이 연주를 더 잘하더라”며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뮤지션들이 해외로 진출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선 뮤지션들이 공연을 마치 승부를 벌이듯 공격적으로 펼치는데, 정작 록의 본고장에선 가볍게 즐기고 있더라”며 “한국이란 좁은 곳을 벗어나면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으니 조금 더 시야를 넓게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현은 “현지 로컬 밴드 수십 팀과 공연을 벌이며 현지 분위기를 익혔다”며 “한국어로 부른 곡들인데도 현지 반응이 너무 좋아 자신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상 상영 이후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20여 분간 새 앨범의 수록곡 ‘차! 차! 차! 차!’를 비롯해 트리플 타이틀곡인 ‘너와 나’, ‘호롱불’, ‘언제까지나’를 차례로 라이브로 선보였다.

▶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담은 앨범”=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이번 앨범을 최근 음반제작 현장에서 사라진 릴테이프(둥근 플라스틱 또는 알루미늄제 바퀴에 감겨있는 마그네틱테이프)를 이용한 아날로그 녹음방식을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밴드는 이러한 녹음방식이 화제를 모으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눈치였다. 이주현은 “바로 전 앨범까지만 해도 휴대용 녹음기로 합주실에서 원테이크로 녹음하는 등 저예산을 자처했다”며 “강한 음악을 릴테이프로 녹음하면 조금 더 부드러운 톤이 나온다기에 시도했다. 사운드가 좋아졌다고들 하는데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북미 투어를 다녀왔음에도 앨범에 영어 가사를 싣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종현은 “가사의 몇 소절 정도는 영어로 바꿀 수 있겠지만, 굳이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식 영어 가사를 만들고 싶진 않다”며 “공연을 해보니 영어가 아니더라도 소통이 되더라”고 말했다. 김희권은 “우리가 다른 언어의 가사를 가진 노래를 듣고도 좋아하듯, 외국인들도 얼마든지 한국어 가사의 노래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가사를 번역한 속지를 앨범에 넣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순 있다”고 덧붙였다.

새 앨범의 제작 의도에 대해 박종현은 “우리는 거창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 게 아니다”라며 “그저 우리가 좋아하는 록으로 앨범을 만들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멤버들의 태도 역시 비슷했다. 이들은 투어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앨범을 제작했다며 작업 과정을 전했다.

“예전엔 강한 음악, 특이한 음악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이번엔 최대한 심플하고 솔직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려 애썼습니다. 예전엔 우리가 록발라드를 부를 수 있단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 자체가 경직된 것이었습니다. 사실 메탈리카도 발라드풍의 노래를 불렀잖아요? 현지에선 그저 자유롭게 록을 즐기고 있더군요. 공연 현장에서도 음향 담당 엔지니어들이 노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일을 하는데 뽑아내는 사운드가 매우 자연스러워요. 우리도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장르에 상관없이 만들면 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록발라드인 ‘언제까지나’를 트리플 타이틀곡 중 하나로 선택한 것 자체가 북미 투어의 교훈이죠.”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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