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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사회공헌 3.0시대-사회적 인정 확보가 관건> 복지사각지대 메우는 ‘공기’ …헌신적 활동 박수는 못받고…
뿌리깊은 반기업 정서에 의미 퇴색
기업 물적지원도 정부지원과 맞물려…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영역 구축해야

공익마케팅·조직력 강화등 경영 기여
인력이탈 고민 중소기업도 적극 나설때

재능-기술봉사·프로보노 활성화 차원
정부, 세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 서둘러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사회공헌백서’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가로막는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외부 요인. ‘사회적 인정 부족’이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다음으로 ‘반기업 정서’ ‘정부의 지원 부족’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는 외부 압력’ ‘법 제도의 문제점’ 등이 뒤를 이었다.

사회적 인정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저평가 기저에는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 같은 편향된 인식을 보완해줄 정부의 제도와 의지가 부족한 점도 기업들의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사회공헌을 하더라도 박수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느냐는 서운한 속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국내 기업이 해온 사회적ㆍ경제적ㆍ윤리적 역할에 인식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성장을 하더라도 고용이 발생하지 않고 여러 가지 대기업의 불공정과 비리 등이 이어지면서 사회공헌의 의미가 퇴색된 부분이 많다.

‘기업사회공헌(CSR) 3.0’이 새로운 기회로 부상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행하고 있는 사회공헌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법적ㆍ윤리적 책임 강화 필요=기업들의 사회공헌을 가로막는 외부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왔듯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회공헌활동이 자선에 치우쳐 있는 반면, 법적ㆍ윤리적 책임에 소홀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자금을 사회공헌에 투입하더라도 대기업 오너가 각종 비리와 배임에 휩싸이는 상황에서는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박태규 연세대 교수는 “설문을 해보면 윤리적ㆍ법적 책임을 다한 기업의 사회공헌은 마케팅에 효과가 나타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의 사회공헌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며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활동으로 사회적인 인정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됐다.

더불어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위해 공적인 활동이 결국 기업 경영상의 이익으로 직접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는 사회공헌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고 국가 차원의 인정이 필요하며, 국민은 이런 기업이 만드는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사회공헌활동도 기업의 이미지 제고나 매출 증대 등 기업의 이기적인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선진국에서 보듯이 민간의 기부와 자원봉사가 국가의 행정 사각지대를 메우듯이, 기업은 또 하나의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때문에 기업에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행정과 비슷한 물적 지원을 한다는 것은 자원의 중복이 될 수 있으며,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기업은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전경련의 ‘2010년 사회공헌백서’에서 기업의 사회공헌을 가로막는 내부 요인으로 꼽힌 ‘전문성 부족’ ‘담당 인력 및 예산 부족’ ‘사회공헌 정보 부족’ ‘부서 간 협조’ 등의 문제도 차차 해결해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중소기업도 사회공헌에 참여해야=우리나라 기업들이 사회공헌 부문에 지출하는 매출액 대비 규모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사회공헌에 나서는 기업의 저변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2년 전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 담당자 1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종업원 수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의 경우 92.3%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중소기업은 절반에 못 미치는 47.7%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숫자 면에서 아직도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흔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의 경제적ㆍ인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사회공헌 참여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회공헌은 이익이 많이 난다고 해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한 경영의 일환으로 해야 한다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회공헌은 이익의 환원 차원이었지만, 이제는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물론 공익 마케팅, 공유가치 창출을 통해 직접 경영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글로벌 사회공헌에도 나서야 하는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중소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회공헌활동의 경우 직원 간의 단합이나 조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인력 이탈을 고민해야 하는 중소기업 대표로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 높은 자원봉사 나서야=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방법은 기부, 공익사업, 자원봉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부와 공익사업은 이미 오래된 분야의 사회공헌활동이며, 자원봉사는 프로보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부각되는 분야다.

여기서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기업의 사회봉사는 일반 시민들이 단순한 노력봉사 위주로 참여하는 것과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물질적인 자원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들이 활동방법도 재능봉사나 기술봉사, 프로보노 활동과 같이 사회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일로 이어져야 한다.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정한 역할도 요구된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전문 인력의 사회봉사활동을 국가 차원에서 생각하기도 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기업 임직원의 자원봉사 참여를 활성화시켜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기업 임직원들의 프로보노 참여 활성화 캠페인을 국가 차원에서 전개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 정부도 점차 영향력이 커지는 기업의 뒷모습만 바라보지 말고, 기업이 사회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만들어 기업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서도록 동기 부여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도제 기자>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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