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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겨울 왁스 한번 발라볼까
오래 입고 물려 입는 ‘왁스 재킷’ 멋남들에 인기…다양한 소재로 멋스러움 더한 ‘퀼팅 재킷’ 과 입으면 찰떡궁합
지난 9~11일 단 사흘간 유니클로는 발열 티셔츠 ‘히트텍’을 9900원에 판매하는 ‘반값 할인’을 진행했다. 유니클로 측은 이 기간 매출이 평소보다 3배 이상 높았으며, 올 겨울 시즌 ‘히트텍’ 판매량은 총 500만장으로 내다보고 있다. 10명 중 1명은 똑같은 내의를 입고 있는 셈. 속을 들여다 볼 순 없으니, 여기까진 허한다.

하지만 겉옷마저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곤란하다. 저렴하고 따뜻해서 인기라지만, 대한민국 남성들이 모두 광고 속 류승범처럼 얇은 패딩 위에 정장 재킷을 입는다면, 참 재미 없는 겨울이 될 것 같다. 거대한 ‘패스트 패션’의 흐름에 저항 할 수 있는 ‘슬로우 패션’으로 눈을 돌려보자. 손수 왁스칠까지 하며 두고두고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왁스 재킷. 그리고 그 안에 입으면 찰떡궁합인 퀼팅 재킷이다.

▶왁스 재킷, 오래 입고 물려 입고…내 몸처럼 소중해=학창 시절엔 환경미화 활동 시간에 교실 바닥에 왁스칠을 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자동차에 왁스칠을 한다. 또 장롱, 소파 등 가구에 왁스칠을 하면 장마철 습도가 높아져도 뒤틀림이 생기지 않는다. 일종의 ‘코팅’이다. 

자동차 아끼듯 옷도 손수 왁스칠하며 정성껏 입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왁스 재킷은 세탁이 필요없고 오래 입을수 있다.                                                                                                                [사진제공=지이크·시리즈·바버·피엘라벤]

유럽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옷에도 왁스칠을 했다. 어쩐지 수고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목적은 교실 바닥, 자동차, 장롱에 하는 것과 같다. 비ㆍ바람 등 궂은 날씨에 장시간 노출돼도 마모가 적어 오래 입을 수 있는 것. 버버리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바버(Barbour)사의 왁스 재킷은 대를 물려 입을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물빨래나 드라이클리닝도 필요 없으니 자연에도 매우 친화적이다. 다만, 왕실보증서 ‘로얄 워런트’를 3번이나 받은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1년에 한 번씩 정성껏 왁스칠을 해 줘야 하니, ‘귀찮고 건방진’ 옷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남성들의 스타일링 감각이 높아지고, 패션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손수 왁스칠을 하고 다려 입어야 하는 왁스 재킷 인기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내 몸처럼 소중하게 관리하며 느끼는 손맛도 쏠쏠하다. 면 소재는 왁싱을 거치면서 견고해진다. 부드러운 듯 단단한 재질감은 오래된 물건이 주는 정겨운 감성을 풍긴다. 닳고 낡은 게 매력인 빈티지 패션이 유행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최근 국내서 론칭한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에서도 가방, 바지, 재킷 등 모든 아이템에 왁스 원단 G-1000을 사용한다. 바버의 왁스 재킷이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사우스 실즈에서 탄생한 것처럼, 이 원단도 브랜드 창립자 아케노르딘이 1966년 혹독한 북유럽의 겨울과 그린란드 탐험을 통해 개발했다. 

▶퀼팅 재킷, 군인 아저씨 ‘깔깔이’?…겨울 멋쟁이 필수품!= 왁스 재킷은 슈트, 셔츠, 니트 등 어떤 아이템과도 다 잘 어울리는데, 특히 ‘이것’과 만나면 더욱 완벽해진다. 바로 왁스 재킷과 더불어 올 겨울 인기 아이템인 퀼팅 재킷이다. 물론 퀼팅 재킷은 단독으로 입어도 멋스럽다. 트렌치 코트 등 겉옷 안에 ‘숨어 있던’ 누빔옷, 일명 ‘깔깔이’의 변신이다.

언뜻 군인들의 방한복이 떠오르기도 하는 퀼팅 재킷은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이나 모사 등을 넣고 무늬를 만들어 재봉(QUILTINGㆍ퀼팅)한 옷이다. 주로 내피로 쓰이다가, 수년 전부터 여성들 사이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다. 올 겨울엔 멋쟁이 남성들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디자인ㆍ소재부터 퀼팅 문양까지, ‘깔깔이’ 입던 군대 시절은 눈꼽만큼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전혀 다른 모습이다.

퀼팅 재킷은 보통 다이아몬드 형태로 재봉됐는데, 이는 부피감을 덜어주기에 가장 알맞은 문양이라고 한다. 또 세로로 나열된 꼭지점 덕에 실제보다 더 날씬해 보인다. 이는 주로 가로로 퀼팅된 패딩 점퍼와 비교해보면 금새 알 수 있다. 이 다이아몬드형 퀼팅이 이번 시즌엔 날렵한 정장 재킷 속으로 녹아든 것. 슈트를 갖춰 입은 듯 격식 있는 옷차림 연출에도 손색 없다.

재봉 문양과 넓이에 따라 분위기와 느낌도 다양하다. 서로 다른 크기의 가로 누빔이나 정사각 형태의 퀼팅 문양은 보다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퀼팅 재킷이라고 하면 보통 면 소재만 떠올리는데 올해는 울, 가죽 그리고 스웨이드까지 겨울 소재는 하나도 빠짐없이 퀼팅 재킷으로 출시되고 있다”며 “출근, 일상 혹은 파티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퀼팅 재킷이 부담스러운 자칭 ‘평범남’은 일부분만 퀼팅된 디자인으로 고르면 된다. 소매, 어깨, 몸판 등 부분 퀼팅은 오히려 전체 스타일에 트렌디한 감성을 덧씌워 준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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