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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인배> 문화정책 실종된 대선
우리나라 정부부처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있으니 당연히 문화정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은 문화예술, 문화산업, 관광, 체육, 국정홍보 등의 개별정책과 사업을 나열하고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식 명칭이 ‘문화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삶의 가치로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인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관광진흥 추진전략에 ‘문화를 통한 녹색성장’과 같은 선전 구호가 6대 추진전략 속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차기 정부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경제민주화ㆍ복지ㆍ일자리 등의 정책이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으며, 각 후보 진영도 앞다퉈 관련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문화정책의 지향점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후보는 아직 없는 듯하다. 위에 열거한 각 단위영역의 정책도 날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총괄할 큰 단위의 문화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문화까지도 경제적 가치로 바라보는 경제성장 중심의 사고에 몰두하다보니 삶의 가치로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복지정책에서도 물질적 복지만을 채워주는 방식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개인 간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의 우울증과 상대적 박탈감 같은 문제를 또다시 ‘잘 살아보세’와 같은 구호로 해결할 수는 없다. “경제성장 구호에 열심히 쫓아왔는데 나는 왜 이래?”라고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아져서 경제민주화 요구가 드세진 것이다. 경제성장과 경쟁 중심의 가치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나누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국가가치를 세워야 하며, 이는 삶의 태도와 가치 문제다. 이러한 삶의 태도와 가치가 배어나는 것이 바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도 분단된 조국을 눈앞에 두고 완전한 통일자주 국가를 그리워하며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는 드높은 문화의 힘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화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럼에도 각 대선후보 진영의 문화정책은 별다른 쟁점 사안이 없다. 과연 쟁점 사안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유권자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일까.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이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를지는 전 국민의 관심사다. 그런데 싸이와 같은 또 다른 스타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이 없다. 미래의 또다른 싸이가 될 수도 있었던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로 굶어 죽었던 사건을 벌써 잊어버리지는 않았을텐데….

백범 선생이 이야기했던 ‘드높은 문화의 힘’은 비단 문화예술인만의 과제는 아니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개별 문화정책을 보다 큰 틀로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문화정책 의제를 대선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는 우리의 삶의 문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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