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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한 기숙사 정원…탈락 학생들 범죄에 떤다
[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경희대 재학생 신모(26ㆍ여) 씨. 그는 지난해 기숙사 입사에 탈락해 서울 휘경동의 원룸에 거주한 이후 경찰관과 만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집 앞 골목에서 술 취한 남성이 위협하고, 이른바 ‘바바리맨’을 본 뒤 경찰에 여러번 신고했다. 신 씨는 “기숙사에 살면 안전한데 기숙사에 떨어져 원룸촌에 살면서 바바리맨 등 변태를 자주 보게 됐다. 자꾸 불안해 인근 지구대 경찰관의 개인 전화번호도 외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대학 기숙사 대부분이 지원자를 받아들일 수용력이 부족해, 탈락 학생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서울 시내 40개 대학 중 기숙사 37곳이 지원자를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3일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 19곳의 기숙사는 지원자의 절반 정도만 수용이 가능하다.

서울 소재 국립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비율(지난해 4월 기준)은 서울교육대가 58%, 서울대 51%, 서울시립대 33%에 불과하다. 서울 중구 동국대의 경우 2337명의 지원자 중 732명만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숙사 배정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방값이 싼곳을 찾다보니 치안이 불안한 주거지로 갈 수 밖에 없다. 고려대 재학생 김모(27) 씨는 “올해 초 기숙사에 떨어져 방을 구했는데 학교 근처는 너무 비싸 버스로 40분 거리까지 나가게 됐다. 가로등도 몇 개 없는 열악한 곳”이라고 말했다.

기숙사 탈락 학생들이 대거 거주하는 원룸촌이나 고시원의 치안 역시 불안하다.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원룸촌의 경우 9일 폭주족 10여명이 난입하는 등 범죄 위험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해당 학교와 경찰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희대 재학생 임모(25ㆍ여) 씨는 “서울 휘경동 소재 고시원에서 친구가 성폭행당한 적이 있다. 원룸이나 고시원에 사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하다”고 밝혔다. 오준규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비싼 등록금으로 시름하는 학생들이 적은 부담으로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 측의 주거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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