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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카톡·실시간 검색어로 전파…한번만 노출돼도 통제 불능
폭로는 어떻게 유통되나
‘지난 9월 초 있었던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안철수 대선후보의 측근이기도 한 그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후보 진영으로부터 불출마를 대가로 한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상대 진영에서 안 후보의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 기자회견 직후 관련 키워드는 모든 포털 검색어 상위권을 휩쓸었다.

네이버 트렌드(trend.naver.com)를 통해 지난 1년간 ‘금태섭’ ‘안철수 협박’ ‘안철수 여자’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모두 9월 첫째 주에만 유독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사건의 내막을 모르던 사람들도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노출된 ‘안철수 여자’ ‘안철수 협박’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 때문에 이를 접하게 됐고, 덕분에 수십 개의 토론방이 개설됐으며,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키워드는 SNS를 통해 지금까지도 전파되고 있다.

폭로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최초 발화자와 이를 유통하는 SNS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폭로를 확대재생산하는 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포털에 노출된 키워드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이용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최근 이슈가 된 ‘박근혜 콘돔’과 같은 키워드가 대표적 사례다. 이 키워드는 해당 포털사이트가 실시간 검색어의 생성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예시어’에 불과했지만 삽시간에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노출됐다.

그리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두 단어가 도대체 무슨 관계에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글이 난무했다. 사실 두 단어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해당업체는 뒤늦게 해명을 하고 나섰지만 이미 박근혜 후보의 명예는 심각하게 실추된 뒤였다.

이렇게 SNS로 전파돼 포털 검색어로 확대된 폭로는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와 만나면서 다소 변형되기도 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일방향적인 SNS에서 나아가 최근에는 카카오톡과 같은 ‘대화형’ SNS가 폭로를 유통하고 확대재생산하는 매개가 된다. 누군가가 그룹채팅방에 언론 기사나 SNS에 언급된 소문을 공유하면, 이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초기의 폭로가 본질에서 멀어지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폭로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런 단점 때문에 최근 포털과 인터넷 업체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이버를 서비스하는 NHN은 이달 중 ‘투명성 리포트’를 발간해 외부기관에 정기적으로 검색어에 대해 검증을 받을 계획이다.

NHN 고위급 관계자는 네이버는 현재 포털 5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민간자율기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내에 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사항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상헌 NHN 대표 역시 이와 관련, “국민 대다수가 네이버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며 “명예훼손성 검색어에 대한 처리 현황, 검색어 운영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검증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지혜 기자>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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